◎미·중에 부담,실효도 의문/양보땐 “남측 소외” 신중론 북·미 3단계고위급회담이 열리기 이전에 남북특사교환이 실현돼야 한다고 단단히 걸어놓았던 「빗장」을 언제, 어떻게 푸느냐를 놓고 정부가 고민에 빠져있다.
유엔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이후 북한핵문제가 다시 대화국면쪽으로 흐르면서 특사교환문제를 과거처럼 경직된 전제조건으로 유지하는것이 과연 실효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는것이다.
정부는 1일 관계부처간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단 현시점이 정책의 전환을 결정할 때가 아니라고 보고 북·미대화 및 북한에 대한 추가핵사찰문제의 가닥이 잡힐 때까지 「선특사교환」이라는 기존입장을 표면적으로는 고수키로 한것으로 전해졌다. 아직은 북한과 미국, 국제원자력기구(IAEA)등과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을뿐 협상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리 일방적인 양보를 할 수는 없다는것이다.
그러나 우리측은 적어도 북·미간 실무접촉이 시작될 때까지는 정리된 입장을 미국측에 통보해야 하므로 조만간 특사교환문제에 대한 최종적인 결단을 내리는것이 불가피할것같다. 정부가 당초 특사교환의 실현을 절대적인 선결과제로 내세운 목적은 ▲북한과 미국간 관계개선 과정에서 소외될 수 없다는 판단 ▲북한의 핵투명성확보에 일조를 하겠다는 의지등 두가지가 모호하게 혼합된것이었다. 북한이 핵사찰을 수락했던 지난 2월25일 뉴욕합의 당시에도 정부내에서 『남북대화의 형태를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과 기존방침 고수라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는 일시적인 혼란이 빚어져 김영삼대통령이 당시 방미중이던 한승주외무장관에게 긴급훈령을 보내는 사례도 있었던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앞으로 선특사교환조건을 철회하게 될 경우 남북관계를 핵문제에서 깨끗하게 분리하는 「정치적인 선택」이 되고 대북정책의 혼란을 추스르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국내에서는 북한이 남북관계개선을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특사가 교환되더라도 성과가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여론도 있고 미국과 중국등 주요관련국들이 특사교환문제를 북핵문제해결의 걸림돌로 여기기 시작하는 분위기도 있다.
반면 특사교환을 포기할 경우 결국 우리측을 소외시키려는 북한의 당초의도대로 양보한 결과라는 강경여론,그리고 향후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수단이 일단은 없어진다는 측면등이 정부를 커다란 딜레마에 빠지게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에서 『남북한이 한반도비핵화선언을 목표로한 토의를 재개할것』이라고 요청한것에 주목, 북한이 태도변화를 일으켜 남북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북한은 방사화학실험실에 대한 추가사찰을 카드로 삼아 미국과 3단계 고위급회담을 가진뒤 특별사찰문제를 가지고 4단계, 5단계회담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복안인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으로서는 추가사찰문제를 먼저 해결해 놓고 3단계회담에서 특별사찰문제를 논의한다는 부동의 입장이다. 북한과 미국이 이달말까지 이같은 이견을 좁히고 접점을 찾을 경우 남북특사교환문제는 북한핵문제해결의 진전을 도리어 가로막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관계자는 『특사교환문제와 관련한 여러가지 가능성을 검토중』이라면서도 『그러나 전제조건으로서의 특사교환을 산뜻하게 철회할 수 있게 해줄 명분은 현재로서 전혀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부처간 합의를 아직은 이루어내지 못한 상태이며 당분간 명분을 세울 묘수를 찾기 위해 깊은 고민을 계속할것 같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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