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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개혁 의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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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개혁 의지(사설)

입력
1994.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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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과 이상을 가지고 역사를 바라보는 사람은 누구나 한번 가슴에 품어본 생각이다. 그러나 지난 2년동안 정치사회 전체를 개혁의 심판대위에 올려놓고 정의를 구현하려한 이탈리아처럼 불확실성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과감하게 변혁에 나선 국가는 많지 않다. 분명히 이번 총선의 전개 및 결과를 살펴보면 변화의 힘찬 기운을 감지할 수 있다. 냉전시대의 주역중 개혁의 충격에 진동하지 않은 정당이 없고 자기혁신과 개량의 짐을 짊어지지 않은 이념이 부재하다. 사라진 공산당의 후예는 혁신노선을 단념하면서 사회민주주의라는 진보적 이념아래 탈냉전시대에서의 재기에 성공하고 우파는 사분오열하다 총선 불과 두달전에 레건식 신보수주의의 기치아래 등장한 베를루스코니의 「전진 이탈리아」에서 대안을 찾은것같다.

 반면에 중간이라는 전략적 이념공간을 장악한 덕택으로 반세기동안 52번이나 내각을 결성하면서 사회를 통치해온 기민당은 이제 몰락의 위기에 처해있다. 6천여명에 이르는 정계 및 재계인사를 부정비리의 혐의로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려놓은 개혁정치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탈냉전시대의 패자는 냉전시대의 승자였던 기민당이다. 동서대결의 구조가 사라진 덕분에 다가온 부패척결의 탈냉전시대는 권력을 독점하면서 「먹이사슬」의 핵심고리를 연결시켜온 기민당의 후예를 그 일차적 타깃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이념적 중간공간이 축소되면서 진보와 신보수 중심의 경쟁체제가 등장할 조짐을 보이는것이다.

 가히 선거혁명이라고 할만하다. 이탈리아 국민은 총선을 통해 부패척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천명했다. 아울러 총선의 결과가 여론의 일시적인 변화가 아닌 시대의 강렬한 정신을 반영한다면 이탈리아는 냉전의 시대에 짜여진 공산과 기민 및 극우의 삼각 대결구조를 청산하고 진보 대 신보수라는 보다 온건한 경쟁의 체제를 구축하는 시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정치적 불안의 위험이 사라진것은 아니다. 과반수 이상의 하원의석을 차지한 베를루스코니의 신보수는 단일한 정당이 아니다. 「전진 이탈리아」와의 연대에 나선 연방파 「북부동맹」과 극우파「민족동맹」은 서로를 불신한다. 기회만 주어지면 각기 다른 길을 걸어갈지 모를 잠재적인 정적이라는 진단이다. 그리고 그것은 냉전 시대에 이탈리아 국민을 억누른 정권불안의 악순환을 재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재분열의 위험이 개혁을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오히려 우리는 불확실성의 모험을 피하지 않고 개혁의 험난한 장정을 헤쳐온 이탈리아 국민의 불멸의 투지에 다시 기대를 걸고 싶다. 아울러 그 투지에서 우리의 나아갈 방향을 찾고 싶다. 국제경쟁의 수사학에 가려 개혁이 실종해버릴지 모르는 한국에서 절실한것은 새것을 창조해야 한다는 투철한 역사의식의 함양과 결연한 자기개혁의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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