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이래 이땅에 명멸부심했던 숱한 정당들의 살림 형편은 철저히 가려져왔다. 당수등 일부 수뇌 외에는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이 비밀이어서 살림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 ◆원래 정당자금원은 당비, 후원금, 기탁금, 국고보조금과 부대수입으로 되어있으나 조족지혈로 여겼다. 지난날 가장 큰 수입은 여당의 경우 청와대가 정경유착으로 모은 검은 정치자금중 하사한 자금이었고 야당은 당수등이 은밀히 조달하거나 선거때는 전국구후보자리를 팔아 특별당비로 받은 것이었다. ◆1965년 2월 제정된 「정치자금에 관한법」은 모든 정당에 대해 재산및 수지에 관한 명세와 결산내역을 매년 12월말 기준으로 이듬해 2월15일까지 선관위에 보고토록 되어있어(법24조1항) 각 당은 어김없이 내역을 제출하고 선관위는 이를 공표한다. 그러나 이의 진실성을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특히 김영삼대통령이 『기업으로부터 단한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며 정경유착의 단절을 선언함으로써 「검은 돈」이 끊기자 여야당 모두 국고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검은 돈대신 국고보조금이 주수입원이 된것이다. 정치개혁법 공포를 계기로 민주당이 지난달29일 정당사상최초로 올해 2·4분기예산안, 즉 19억5천4백만원규모의 당살림계획안을 공개한것은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국민들이 낸 혈세의 용도를 밝히고 또 정치의 내실화와 투명성 생산성을 제고시킨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검은 돈에 의한 정치시대」나 선관위에 형식적인 엉터리보고서를 내는 시대는 마감되어야 한다. 민자당도 떳떳하게 정확한 수지내역―예산안을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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