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포함 만장일치 사실상 「결의안」 효과/다자협상 재개촉구도 「대화」 기조에 부합 미국정부는 유엔 안보리가 31일(현지시간) 채택한 온건한 내용의 북핵관련 의장성명에 대해 크게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실망하지는 않는 분위기이다.
클린턴행정부 관리들은 이번 성명채택 과정에서 미국도 양보했으나 중국도 문안조정 과정에서 상응하는 양보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이번 성명문이 어감만 조금씩 다를뿐 내용은 미국이 낸 결의안 초안과 다를바 없다고 말한다. 즉 이번 의장 성명이 비록 최후통첩성 결의안은 아니지만 핵사찰의 완전한 이행을 못박은 시한부 경고 효과를 갖는다는 설명이다.
국무부의 한 관리는 결의안 통과 직후 전화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의도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깨닫게 하는 데 있었던만큼 만장일치로 채택된 안보리 성명은 사실상의 결의안이나 다름없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성명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사찰의무를 이행토록 하는 첫단계 조치로는 성공작이라고 자평했다.
미관리들은 특히 이번 성명채택과정에서 중국을 비롯한 안보리회원국 15개국이 한 목소리를 낸 데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중국이 이번에 의장성명 초안을 스스로 만들어 제시하는등 적극적으로 나온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마이크 매커리 국무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의장성명 문안을 먼저 제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며 나름대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정부가 이번 안보리 토의과정을 주도하는 인상을 애써 피하면서 중국에게 일정한 역할을 넘겨준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즉 중국에 대해 양보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후일 닥쳐올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에서 지지를 얻어 내겠다는 속셈이다. 북핵문제 해결에 아직도 시간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클린턴행정부로서는 결의안 통과를 무리하게 서두르다 북핵사찰 실시라는 당초의 목적을 그르쳐서는 안된다고 결론짓고 중국측 타협안에 동의한 것이다.
미국정부는 이같은 외형상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해 단계적인 압력과 설득을 병행한다는 정책기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 대화에 의한 북핵문제의 해결을 골자로 하는 이번 성명은 미국이 그동안 취해 온 일관된 대북정책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사실 이번 성명의 문안을 뜯어보면 북·미, 남북한, 북·국제원자력기구(IAEA)간의 다자간 협상의 재개를 촉구한 대목이 유난히 눈에 띈다.미국은 이미 IAEA에 의한 핵사찰과 3단계고위급회담의 동시이행을 담은 지난 2월의 뉴욕합의에 기초해 현재의 교착상태를 타개하자고 북한측에 제의해놓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유엔에서의 북핵토의가 막바지 단계에 이른 31일 북미 고위급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로버트 갈루치국무부차관보를 뉴욕에 보내 성명문안을 최종 마무리하는 작업을 돕게 했다. 클린턴행정부내에서 북핵문제에 가장 정통한 갈루치차관보를 유엔에 보낸 배경에는 추측이 무성하나 북한과의 고위급 대화상대였던 그의 막후중재는 북한에 대한 선의의 몸짓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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