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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정책의 인식전환/이이춘 정치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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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정책의 인식전환/이이춘 정치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4.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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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핵 문제가 1년 넘게 김영삼정부의 대북정책을 갈팡질팡하게 하고 있다.작년 3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를 선언한후 벌어졌던 대북정책의 잘못은 접어 두더라도 지난 1개월여 외교·안보팀이 보여준 혼란스러운 모습은 대북정책이 얼마나 안이하게 추진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해석다른 합의문

 지난 2월25일 북한과 미국은 지루하게 끌어오던 실무협상을 마무리 짓고 ▲3월1일 핵사찰재개 ▲3월21일 북·미3단계회담개최에 합의했다. 정부는 이날의 북·미합의에 우리가 고리로 내걸었던 남북특사교환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했다.그러나 북한은 합의문 발표에서『한국이 특사교환을 제의해 올 경우 실무접촉을 개최한다』고 선을 긋고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남북특사교환이 곧 이루어질 것처럼 서둘기 시작했다.당장 팀스피리트훈련을 중지하느니, 패트리어트미사일의 미군부대 배치를 유보하느니 하면서 이전의 강경자세를 단박에 허물어 버렸다.

○갈팡질팡 외교팀

 그러나 판문점 실무접촉 결과는 어떠했는가. 몇차례의 접촉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북측 대표의 「서울 불바다」협박뿐이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이 미흡한 것으로 판명되고 북한의 협박까지 겹치자 정부의 대북자세는 또다시 강경으로 표변했다. 「동맹보다 민족이 우선」이라던 문민정부의 장미빛 시각은 빛이 바래 버렸다. 팀스피리트 훈련재개와 패트리어트미사일 배치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유엔 안보리제재 결의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그러나 며칠동안 초강경 수위를 넘나들던 정부의 대북자세는 김대통령의 중국 일본 방문을 계기로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중국이 대화를 강조하며 안보리 제재결의 대신 안보리의장 성명안을 제시하자 순식간에 대화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특히 한승주외무장관은 김대통령의 방중수행을 위해 중국으로 떠나면서 중국안의 수용을 공식언명, 북경에 체류중인 김대통령의 대중국협상 폭을 좁히는 성급함을 보였다. 여기에 느닷없이 불거져 나온 황병태주중대사의 「중국중시론」은 가뜩이나 기우뚱 거리는 정부의 북한핵 정책을 마구 흩트려 놓았다. 정부는 황대사의 발언을 해프닝으로 돌리고 있지만 대통령이 국빈방문중인 시점에서 대사가 주재국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발언을 하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 참모진과 심한 언쟁이 있었다는것은 해프닝으로 처리할 사안이 아닐것이다.

 한외무장관도 결코 상찬받지 못할 미숙함을 보였다. 중국안을 수용하겠다고 했던 그는 황대사의 돌출발언이 터져나오기 직전 미국으로 가고 있었고 미국에 도착해서는 안보리 제재결의쪽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1일 안보리는 의장 성명을 채택,한장관의 좌고우면에 냉소를 보냈다.                      

 우리의 북한핵 정책이 왜 이렇게 갈팡질팡하는가. 가장 중요한 원인은 북한핵문제와 남북대화를 연계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핵사찰과 남북대화가 이뤄져야만 북·미3단계회담이 가능하다는 무리한 원칙을 고수하다 보니 제재와 대화사이에서 맴돌고 있다는것이다.○특사조건 혼란만

 북한핵문제와 남북대화를 동일선상에 놓고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욕심보다는 북한핵문제가 풀리면 남북대화도, 특사교환도 가능할 것이라는 선후문제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 없이는 우리의 북한핵 정책은 제재와 대화 외에는 아무런 카드도 만들어 내지 못할것이다. 우리가 뚜렷한 대북정책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주위의 모든 강국들이 한마디씩 걸치고 있고 우리는 그들의 눈치를 볼수밖에 없다는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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