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대해 전면 핵사찰수용을 촉구하는 의장명의의 성명서를 채택함으로써 북핵문제는 새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의장성명은 이사회결의안과는 달리 구속력이 없지만 안보리의 15개 모든 이사국들이 지지했고 북한이 사실상 1개월안에 재사찰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추가조치를 심의하겠다며 제재로 가는 문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무게와 의미는 크다 하겠다. 우리는 이번 성명채택에 있어 전례없는 중국의 적극적인 태도와 고집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미·영·불·러시아등 상임이사국들이 결의안형식에다 사찰시한과 거부할 경우에 제재한다는 방침을 명기하자는 안을 내놓은데 대해 거부권까지 내세우며 반대하고, 대신 시한없이 부드러운 내용의 성명을 주장했던것이다. 이는 중국이 인접한 같은 공산형제국인 북한의 고립 내지 붕괴를 원치 않고 또 북핵문제에 적극개입,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한편 북핵을 대미견제카드로 이용하려는 계산임이 분명하다.
반면 미국등 다른 상임이사국들이 의장성명형식에 동의한것은 중국등의 이탈을 막아 만장일치를 이끌어내되 당초 결의안초안의 내용을 대폭 반영시키며 장차 북한의 사찰 거부로 안보리가 제재를 논의할때 중국이 최소한 기권정도로 간접적 묵인을 하도록 유도하려는 배려라고 볼수 있다.
하지만 성명채택을 보는 우리로서는 착잡하기만하다. 작년 북한이 NPT(핵확산금지조약)탈퇴 선언후 유엔안보리가 경고결의를 논의하려했을 때 중국이 반대하여 4월8일 IAEA와 북한간의 계속협의를 권고하는 의장성명을 발표했고, 북한이 탈퇴를 철회하지않자 안보리가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미국·북한간 회담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음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한발짝도 진전되지않은 상황에서 1년만에 북한달래기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이제 성명채택으로 공은 다시 북한에 넘어갔다. 박길연주유엔대사는 『북한으로서는 IAEA에 더 보여줄 게 하나도 없다』고 일축했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지난달 24일 한스 브릭스IAEA사무총장이 핵안전조치의 연속성보장기간, 즉 재사찰수용기한을 6주라고 안보리에 보고한만큼 한달안에 북한이 수용하지 않을 때는 안보리가 경고 결의―제재결의의 수순을 밟게 될것은 명확한것이다. 때문에 시간은 언제까지나 북한편이 아니다. 무작정 버티기에도 한계가 있는만큼 재사찰수용과 남북대화재개의 결정을 빨리 내릴수록 그들에게 이득이 될것임을 알아야한다.
앞으로 북핵문제가 한달동안 대치―교착속에 소강상태에 들어가는 동안 우리정부가 반드시 해야할 일이 있다. 혼선과 란조와 불화로 인해 나라안팎으로 신뢰성이 바닥으로 떨어진 북핵대응을 포함한 대북정책과 추진체제를 전면재검토하고 일신하는 일이다. 유엔등 국제사회의 대북움직임을 구경하는 자세로 있는한 북핵문제는 우리에게서 더 멀어진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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