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민주당대표는 흔히 「각이 없는 정치인」으로 비유되곤 한다. 가능한한 대립을 피하고 순리를 택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에게는 『유약하다』는 비평도 따라 다닌다. 그런 이대표가 최근에는 「예각의 정치인」으로 변하는 모습이다. 말도 간접화법이 아닌 직접화법으로 바뀌었고 행동도 단호해졌다.
1일 기자간담회에서의 이대표에게서 이같은 분위기는 더욱 뚜렷이 느껴졌다.
『김영삼대통령이 사전선거운동으로 물의를 빚은 기관장들을 인책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개혁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강력히 투쟁할 것이다. 정국은 경색될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현정권에 좋을 일이 있겠는가. 이제 국민들은 구호만 외치는 대통령을 더이상 믿지 않는다』
김대통령의 일·중순방과 북한핵문제에 대해서는 원색적인 언사마저 서슴지않았다.
『오늘 신문을 보니 헷갈리더라. 안보리결의안이 정부입장인듯 하다가 의장성명이 원안으로 둔갑했고 대통령과 외무장관의 말이 서로 달랐다. 김대통령의 순방도 그렇다. 일본에서 이리 가고 중국에서는 저리 가서야 국민들이 안심하겠는가. 역대 대통령의 외국순방중 이번처럼 혼란스러운 적이 있었는가. 오래 정치하다보니 별 일을 다 본다』
주로 듣기만 한다는 이대표가 이날만은 누구에게도 말할 기회를 주지않았다. 톤도 무척 높았고 표정도 굳어있었다. 배석했던 당직자들은 『이대표 취임이후 오늘처럼 세게 말하는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주변을 놀라게 할 정도인 이대표의 「독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각에서는 자신의 위상, 야당의 힘을 높이려는 정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충정이냐 정략이냐를 논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무엇이든 간에 야당대표의 공세에는 일정부분 여론이 담겨 있다. 이 여론을 적정하게 투영시키는 일이 바로 여야 정치권의 정치력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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