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북한설득 책임감부여/북수용거부땐 제재로갈 명분 유엔안보리는 31일 북한의 추가핵사찰수락을 촉구하는 의장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함으로써 어렵고 지루한 북한핵문제해결의 과정에서 또다시 한고비를 넘겼다.
우여곡절끝에 미국과 중국의 막후협상으로 도출된 안보리 의장성명은 여러 갈래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우선 서방측은 당초 보다 구속력을 가진 결의안을 추진하다가 중국의 주장대로 상징성만 지닌 의장성명을 수용하게 되었다. 또 성명내용에서도 서방은 미국이 마련한 결의안초안 내용을 그대로 관철시키겠다던 의지와는 달리 중국이 원하는 약화된 문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나 형식과 내용에서 서방의 뜻이 완벽하게 관철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날 안보리가 택한 의사표명의 의미가 결코 미미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중국을 포함한 15개 이사국 전원이 북한에 대해 추가핵사찰을 받을 것을 촉구했다는 사실은 북한에 대한 국제여론의 압력임과 동시에 북한이 이에 순응하지 않을 경우 궁극적으로 제재조치로 가는 주춧돌을 깔았다고 볼 수 있다.
의장성명은 안보리의 정치역학상 서방으로서는 피하기 힘든 선택이었다. 중국은 안보리토의에서 일부러 작심한듯 『결의안은 결코 수락할 수 없다』고 처음부터 밝혔다. 공공연한 「거부권 위협」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서방이 결의안을 강행할 경우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북한핵문제는 다시 안보리해결을 시도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질 것을 염려하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것이 안보리 정치구조이고 유엔 다자외교의 현실이다.
이미 예상했듯이 중국은 의장성명채택 과정을 통해 안보리에서 힘을 과시하는 기회를 가졌다. 최소한 중국이 이해가 걸린 사안에서 중국의 협조없이는 국제공조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된것이다. 중국은 북한을 보호한다는 의도보다는 다분히 미국등 서방에 대한 강력한 견제구를 효과적으로 던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보고 중국은 승자, 미국은 패자라고 단순히 평가해 버릴 수는 없다. 이번 안보리성명 채택과정을 통해 중국은 북한핵문제에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관련당사국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안보리활동에서 보기드물게 성명서초안을 제출했을 뿐 아니라 최종적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성명서를 확정하는데 참여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책임있는 국제구성원으로서 두 가지 짐을 졌다고 볼 수 있다. 첫째 북한핵문제 특히, 추가핵사찰을 받도록 하는데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하거나 압력을 가할 도의적 책임을 지게 된것이다. 한국정부는 특히 이 부분을 기대하고 있다. 둘째 중국은 추가사찰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서방이 원하는 안보리의 행동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될 부담을 지게 된다. 이 부분은 특히 미국이 원하는 것이다. 특히 31일 미국과 중국간의 막후협상에서 미국이 문안을 양보하는 대가로 중국은 추가사찰을 받게 하는데 미국을 돕는다는 양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보리가 성명을 채택하든 결의안을 채택하든 문제해결의 핵심적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규사찰 시점인 4월말까지 추가사찰의 돌파구를 열것인지 닫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 북한이 돌파구를 열지 않으면 안보리는 이날 채택한 성명대로 「추가 검토」를 하게 돼 있다. 그때에는 이날 채택한 안보리의 성명협상을 추진했던 중국의 입장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북한에 오히려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뉴욕=김수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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