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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학들 「기술상업화」로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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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학들 「기술상업화」로 돕는다

입력
1994.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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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협력체제 강화/신소재개발 연구도 활발 미대학들이 산학협력체제를 강화하는데 발벗고 나서고 있다. 경제침체로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대학재정지원이 감소하고 있는데다 연구비의 보고였던 국방비마저 냉전종식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연방정부가 최근 경제회생을 위해 상업성이 강한 기업체연구에 지원을 늘리는 한편 순수·첨단과학분야를 이끌었던 국방연구비는 줄임에 따라 순수과학연구위주였던 미대학들은 기업체와의 연계체제에서 살길을 찾고 있으며 해외기업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MIT의 산학협력프로그램인 ILP에 근무하는 가르시아 마르티네즈씨는 『정부연구기금이 최근 부쩍 줄어들어 기업체들로부터 연구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ILP도 재원마련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전체 연구비중 정부지원 연구비 비율이 85%에 달했던 MIT대는 물론 다른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보스턴의 텁스대 화학공학과에서 신소재분야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성낙호교수(51)는 『우주항공등 군수산업에 주로 활용됐던 신소재분야는 최근 군수산업 위축으로 국방부와 같은 「대고객」을 잃었다』며 『이같은 추세 때문에 대학들은 기업체는 물론 환경청, 해군등으로부터 연구지원이 늘고 있는 환경관련 연구에 눈을 돌리거나 군수산업에서 이미 개발된 첨단기술을 기업체들이 상업화할 수 있도록 하는 응용기술분야로 연구를 확대하는등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의 재원마련을 위한 노력은 각기 대학사정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대학의 간판급 교수와 연구진을 자랑하는 MIT대는 대학마다 운영하고 있는 산학협력프로그램인 ILP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 이미 세계 각국 2백여개의 기업체와 산학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MIT는 ILP활동을 통해 신기술 보급, 기술자문, 경영자들에 대한 재교육프로그램 공급등을 내세워 세계 각국의 기업체로부터 연구재원을 조달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초에는 척 베스트 MIT총장이 이례적으로 연구진과 함께 한국 일본 홍콩 대만 인도네시아등의 기업체들을 방문, 연구비조달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일본기업들은 MIT ILP기금의 20%이상을 조달하고 있어 절대 무시하지 못하는 대상이다.

 MIT와 하버드등 명문대의 그늘에 가려있는 텁스대는 기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든 인스티튜트」라는 특별프로그램을 1년전 도입, 연구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메릴랜드주립대학도 최근 기업체들로부터 연구비를 유치하기 위해 중소기업들이 학교안에 연구소를 설치, 교수진과 학생들의 연구성과와 대학연구시설을 활용케 하고있다.

 이 대학 항공학과 이승원교수는 『주정부도 중소기업 연구소의 대학내 유치가 주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방안이 될 뿐만 아니라 기업의 기술개발에도 기여한다고 판단, 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학에 연구소를 설치했던 한 중소기업은 대학 연구진의 도움으로 굴 까는 기계를 개발, 생산성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굴양식과 가공은 메릴랜드주의 주요수입원이다.【보스턴=유승호기자】◎MIT대 생물학교수 폴 쉼멜 박사(인터뷰)/“연구·학문 경험바탕 4개회사 설립”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대학인 MIT의 생물학교수 폴 쉼멜박사는 자신이 직접 설립한 4개 회사의 사장을 겸하고 있다. 쉼멜교수는 대학에서 연구와 강의를 해오면서 축적한 학문적 경험과 독창적 아이디어를 기업에 제공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직접 기업세계에 뛰어들었다. 상아탑의 교수가 돈벌이에 나서 사장소리를 듣는것이 한국에서는 생소하고 허용할 수 없는 일처럼 느껴질지 모르나 미국에서는 그리 희귀한 일도 아닌것이다.

 쉼멜교수가 MIT의 동료교수와 함께 첫번째 회사인 「레프리겐 제약회사」를 차린것은 지난 81년. 쉼멜교수는 『대학에서 기업과 빈번한 접촉을 갖다보니 아이디어만을 가지고 기업을 시작해도 성공할 자신이 생겼다』며 『기업을 해서 번 돈으로 좀 더 풍부한 연구를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쉼멜교수가 돈 한푼 안들이고 기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평가해준 벤처 캐피털회사의 도움이 컸다. 쉼멜교수는 우선 개인투자가들이 기업설립자금을 조성한 비교적 규모가 작은 벤처 캐피털회사에서 50만달러를 끌어들였다. 점차 회사설립이 구체화되고서는 치밀하게 작성한 사업계획서을 가지고 더 규모가 큰 벤처 캐피털을 찾아가 5백만달러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레프리겐사는 86년 주식회사로 정식 상장됐고 현재는 종업원 3백명에 암 및 심장질환 치료제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첫번째 회사에서 자신을 얻은 쉼멜교수는 87년에 두번째 회사인 알케메스사를 역시 벤처 캐피털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두번째 회사는 뇌에 약효를 전달하는 신물질을 생산하는 회사로 빠른 성장을 보인 끝에 91년 상장됐다.

 두번째 회사까지 성공을 거두자 쉼멜교수는 연구의 질을 높인다는 당초 자신의 목적을 실현키 위해 제품생산보다는 연구기능을 대폭 강화한 아미라사와 큐비스트사를 89년과 93년에 각각 설립했다. 아미라사에서는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치료제를, 큐비스트사에서는 페니실린의 대체약품을 개발하는데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쉼멜교수는 『독자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면 1년에 3백만∼1천만달러를 연구비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수와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병행하는 문제에 대해 쉼멜교수는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 쉼멜교수는 『학교 밖에서의 모든 활동을 대학당국에 보고하고 있다』면서 『기업활동을 대학내로 끌어들이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고 만약 대학에서 개발된 기술을 사용하게 되면 정당하게 특허료를 지불한다』고 말했다.【보스턴=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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