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사찰 시한추가조치 전제로/중국 끌어안는 모양새 갖출듯 미국을 방문중인 한승주외무장관은 30일하오(한국시간 31일상오)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P5)대표부 대사들과 만찬을 함께하며 북한핵문제에 대한 유엔차원의 대책을 협의했다. 한장관은 이어 31일상오 장베르나르 메르메 안보리의장과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사무총장을 차례로 만나 북한핵문제에 대한 긴밀한 협조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한미외무장관회담의 결과에 따라 유엔안보리 전체회원국들의 공동결의안을 밀고나가기로 일차적인 방침을 확정한 상태이다. 그러나 정부는 한미간의 합의가 결코 조정되어선 안되는「마지노선」이라기보다는 내용과 상황에따라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일종의「가이드라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장관은 이와 관련, 『결의안이 아니면 미국이 거꾸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식의 배타적 합의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혀 이번의 한미합의가 다소 전략적인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한장관을 수행한 김삼훈핵담당대사도『형식이 중요하긴 하지만 내용을 엎어버릴 수는 없다』면서 『북한에 대한 재사찰의 시한을 명시하고 북한이 불응할 경우 유엔차원의「구체적 조치」가 내용에 포함된다면 한미양국은 굳이 형식을 고집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신축적 자세를 표명했다.
한장관이 P5대표부 대사들과의 만찬회담에서 강조한 대목도 이같은 차원의 실리적 방안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촉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대표가 개인사정으로 불참, 안보리의장국인 프랑스와 영국, 러시아와 중국측의 대표가 참석한 이날 만찬에서 한장관은「안보리 의장성명대신 공동결의안을 지지해달라」는 식의 당부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장관은『북한핵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하며 여기에는 유엔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와있다』며 『성명이든 결의안이든「IAEA가 설정한 재사찰 시한이나 불응시의 구체적 조치에 대한 언급」이 없으면 북한에 대해서는 효과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진건대리대사는 이에 대해 『북한핵문제가 대화의 국면으로 전환되어야 중국이 기여할 여지가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기여하고자하는 중국의 입장을 감안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자리에서 프랑스와 영국측 대사는 북한에 대한 강경입장을 고수, 『북한이 한달 이내에 재사찰을 받지않겠다면 경제봉쇄까지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으며 러시아대표는 『한미간에 모은 의견을 지지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장관은 이어 메르메 안보리의장과 부트로스갈리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당사자인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성명이든 결의안이든 문안작성과정에서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장관은 특히 안보리 결정이 한반도의 안보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다자간의 협의의 조정역할」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한장관은 이 과정에서 워싱턴에 있는 크리스토퍼 국무장관과 수차례 「전화통화」를 갖고 한미간의 입장을 신축적으로 조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통화」에서 양국장관은 이번의 유엔결정에서 한미양국이 견지해야할 원칙의 우선순위에 대체적인 합의를 보았다.
즉 안보리전체회의에서는 ▲최소한 재사찰 시한이나「추가조치」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하며 ▲되도록이면 중국을 포함시켜 안보리이사국의 만장일치를 얻고 ▲가능하다면 상징적의미의 의장성명보다는 구속력을 갖는 공동결의안이 채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측도 이같은 원칙들이 가변적으로 조립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아래 로버트 갈루치 국무부차관보를 뉴욕에 급파, 한장관과 구체적 상황조율을 벌이게했다.【뉴욕=정병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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