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외교안보 라인 재정렬을(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외교안보 라인 재정렬을(사설)

입력
1994.04.01 00:00
0 0

 지금 북한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벌이고 있는 외교활동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복잡하게 얽힌 쟁점을 정리하고 푸는게 아니라 더욱 어지럽게 헝클어놓고 있는 인상이다. 청와대 보좌진이나 관계부처 장관들은 말할것도 없고 심지어는 본국 정부의 훈령과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할 대사까지도 제 멋대로인 것이다. 외교안보를 맡고 있는 기구와 사람들이 모두 독자적으로 개인적으로 움직이고 있는것같다. 아무런 원칙도 기준도 없이 각자의 생각에 따라 중구난방식으로 언동이 왔다갔다 하고 있다. 한·중·일간의 정상조율로 정리될줄 알았던 북핵정책은 한층 더 미궁으로 빠져든 느낌이다. 일본방문에서 다짐한 기조가 중국에 가서는 변질되었다. 일본과는 강경기조, 중국과는 대화기조를 유지한다면 미국과의 관계는 어떤 기조가 되는가.

 때와 장소에 따라 말이 달라지는것은 한승주외무장관이 더 심하다.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처리대책만 해도 북경에서 하는 말, 워싱턴에서 하는 말이 제각기 다르다. 중국을 향해서는 도착하기도 전에 성급하게 『중국이 제의한 안보리의장 성명을 지지한다』고 하더니 미국 크리스토퍼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는 안보리 결의안 지지로 선회했다.

 김대통령의 방중기간중 북경에서 일어난 황병태주중대사의 실언사건은 최근의 혼선외교의 해프닝중 극치라 할만하다. 황대사가 터무니 없는 발설을 하자 정종욱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나서서 취소하고 워싱턴에서 한장관이 해명을 하는등 국제망신외교쇼를 한바탕 벌인 셈이다.

 이런 외교전선의 이상에 국민들은 불안해한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국가와 국민의 존립과 안위에 관한 중대사가 너무나 허술하게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현재 유지하고 있는 외교 안보 체제와 기구와 운영과 진용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하는것이다.

 외교안보문제를 이끌어가는 현재의 제도와 인적 구성 그리고 정책 결정과정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인식해야 할것이다. 청와대―안기부―외무부―통일원―국방부등 안보관계부처들간의 조정기능도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안보장관회의를 가끔 소집하지만 거기서 나오는것은 이렇다할것이 없다. 새로운 정책기조의 설정이나 변경과 같은 중대결정을 내릴수 있는 협의기구를 공식화해 이를 중심으로 국가안보를 다루는 방안을 생각해 봄직하다.

 외무장관이라고 해서 밖에 나가 즉흥 대응할것이 아니라 여기서 결정된 기조에 따라서 구체적인 외교 교섭이 진행되어야 하며 상황이 바뀌면 그 협의기구를 가동하여 새로운 방침을 결정하는 것이 옳다.

 제도적인 개선 촉구에 덧붙이고 싶은것은 현재의 외교안보진용개편이다. 이들에게는 더이상 국가적 중대사를 맡기기가 불안하다. 학자출신 일색으로 팀을 만들때부터 우려하던 바가 이제 구체적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