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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사 「북경소동」 충분히 “예견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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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사 「북경소동」 충분히 “예견된 일”

입력
1994.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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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시론」 여러차례 예고편 상영/관계자 충격·반박… 미에 해명 진땀/“방중전 내부 정리작업 왜 안했나” 궁금 지난 29일 북경발언으로 외교정책의 혼선을 불러일으킨 황병태주중대사가 이미 과거 수차례 공·사석에서「예고편」을 상영해왔던 것으로 31일 밝혀졌다. 이는 이번 발언이 일부의 주장처럼「돌발사고」가 아니라 황대사의 지론임을 강하게 뒷받침해 주고 있다. 특히 황대사의「중국중시론」을 둘러싸고 지난 2월 한때 한미 양국정부간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됐었다는 얘기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에 의하면 황대사는 지난 2월 서울 외무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회의에서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중국중시론」의 주장을 개진했다.

 황대사는 한승주외무장관이 주재한 이 회의에서『이제 미국 못지않게 중국도 중시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외교정책방향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 했다는것이다. 그의 주장은 북한핵문제등 안보면에서 사실상 미국중심으로 돼있는 외교노선의 근본적인 수정을 의미해 참석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황대사의 전혀 예기치못한 의견개진에 대해 한승수주미대사가 즉각 강도높게 반박하고 나섰다. 한대사는『황대사의 견해는 우리의 국방 및 외교현실을 간과하고 있다』며 한미안보공조체제상의 문제점등을 들어 황대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그후에 발생했다. 공관장회의 해프닝이 미국측 안테나에 걸렸고 미국은 주한대사관 관계자를 외무부에 보내 사태경위와 우리 정부의 입장을 탐문하기까지 했다는것이다. 미국측은 우리측 고위외교관리가 공식회의석상에서「중국중시론」을 공공연히 개진한 점에 주목하면서 우리 정부의 진의를 궁금해했다. 외무부는 황대사의 주장이 전혀 사적인 것임을 강조해 이사태를 그런대로 마무리 지었다.

 황대사는 이에앞서 지난 1월 이만섭국회의장 일행이 중국을 공식방문했을 때에도 이의장 일행에게 특유의「소신」을 밝혀 듣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이의장을 수행했던 한 국회관계자는 『식사자리에서 황대사가 공공연히 이제부터 중국을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대해야한다고 말해 크게 놀랐다. 북한핵문제와 관련해서도 황대사는 국내 시각에 비해 중국의 역할을 크게 평가하고 있는 듯했다. 당시에는 사적인 대화여서 그냥 듣고 넘겼는데 이번에 똑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결국 이런 사실에 비춰보면 적어도 외무부는 이번 황대사발언파문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정부가 왜 미리 내부적인 정리작업을 해놓지 않았는지가 궁금해 진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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