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북한핵문제 대책은 국내에서만 정리되지못한 모습으로 나타나는게 아니다. 국가원수의 국빈방문국에서 까지도 혼선양상을 빚는다. 황병태주중대사는 김영삼대통령이 방중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날인 29일 저녁 북경 상그릴라호텔내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핵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정부당국자에게서는 들어보지못한「놀랄만한 말」을 쏟아놓았다.『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까지는 한·미간 협의내용을 중국에 알리고 도와달라는 식이었으나 이제부터는 시작부터 한·중이 같이 노력키로 했다』『한·미·중 3국이 북한핵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이자 앞으로 정부입장이 크게 선회할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어떻게 보면 한·중정상회담에서 성과가 있었음을 강조하는 내용이기도 했다. 황대사는 한승주외무장관 정종욱청와대외교안보수석과 함께 정상회담에 배석했던만큼 「정치인」출신 외교관임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발언에는「무게」가 실릴만 했다.
그러나 잠시후 상황은 달라졌다.「놀라운 소식」을 전해듣고 달려온 주돈식청와대공보수석과 얘기를 나눈뒤 황대사는『조금전 얘기는 대통령 공식수행원으로서 한 얘기가 아니니 기사화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지만 잠시전 발언이「잘못된것」이라는 부인은 없었다. 자정이 넘어 이제는 정수석이 나타나『황대사 얘기는 실수』라며『한·미·일 공조체제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쯤되면 어느 얘기가 옳은지 갈피를 잡기 어려울수 밖에 없다. 정상회담에서 오간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힌게 잘못이라는 것인지,아니면「과장발언」이라는 얘기인지.
사실이 어느 쪽이든 황대사 발언은 바로 이날 한외무장관이 미국과 유엔안보리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마당에 뒤에서「딴 소리」를 한것밖에 안된다. 이런 있을수 없는 일이 생기는것도 정부의 북한핵 대책이 어쩐지 정제돼 있지못한데서 연유한다는 생각이 드는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북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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