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과실은 흔히 언어에서 나오는 것이니, 말은 반드시 정성스럽고 미덥게 시기에 맞추어야 한다」 율곡 이이의 말이다. 「잘 생각하지도 않고 하는 말은 겨누지 않고 총을 쏘는것과 같다」는 말이 서양에 있다. 프랑스의 시인 발레리는 언어가 지적인 산물임을 강조한다. ◆말에도 품위라는게 있고 말은 또 사람의 품위를 나타낸다. 우리 옛말엔 「말한마디로 천량 빚을 갚는다」고 한다. 좋은 말은 그만큼 값어치가 있다는 뜻이다. 정당이나 정부기관 또는 공공단체엔 대개 대변인이 있다. 그들의 역할은 말로 그 기구의 뜻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요즘 정치가 한가한 탓인지 아니면 불편한 탓인지 정당 대변인의 입씨름이 여전히 한심스럽기만 하다. 대변이 아니라 욕설이다. 한쪽에서 「5공잔재세력」이다 하니까, 반대쪽에선 「5공기웃세력」이라고 받아친다. 그런가 하면 감정이 격화되어 「재야의 배신자」니 「충직한 개」라는 표현까지 마구난무한다. 이런게 과연 정치언어인가, 시정인도 얼굴을 돌리고 싶은 민망한 심정이다. 게다가 어느 장관은 맞대 놓고 「병신같은…」하는 극단의 말을 썼다니 기가 찬다. ◆무분별하게 내 던지는 말은 언어의 란사와 다를바 없다. 정치언어의 타락은 정치의 수준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치언어의 타락은 정치불신과 혐오를 초래한다. 결국 자기 얼굴에 누워서 침을 뱉는거나 같다. 문민시대에 들어 정치언어가 더욱 유치하고 거칠어 지는 까닭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이성과 지혜의 정치가 아니라 감정과 울분의 정치가 나라의 풍토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러다간 정치언어순화를 위한 국민운동이라도 벌여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말의 긍지를 살리는 일이 시급하기만 하다. 정치언어도 개혁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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