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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들의 육두문자/신효섭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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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들의 육두문자/신효섭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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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고약한 냄새」를 풍겨 정치의 저급화를 선도하고있다는 지적을 받고있는 민자·민주 양당의 대변전선에 마침내 무단차명논평, 동물을 인용한 자극적인 인신공격등 뒷골목싸움터의 무기까지 등장했다. 여야의 한심스러운 말싸움은 지난 29일하오 5시께 민자당이 손학규부대변인명의의 논평을 발표한게 발단이 됐다. 표적은 「민자당의 계파갈등으로 사전선거운동이 폭로됐다」는 민주당의 주장. 논평은 냉전시대의 남북관계에서나 볼수있었던 「획책」이라는 용어까지를 동원, 『마치 우리당에 계파갈등이나 있는것처럼 이간질을 「획책」하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상대당 대변인을 『민주당내의 대표적인 「5공 기웃세력」』이라고 헐뜯었다.

 그러나 논평이 나온뒤 얼마지나지 않아 희한한 상황이 벌어졌다. 논평당사자인 손부대변인이 각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논평은 내 의사와는 관계없는 내용이다. 가급적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해왔다. 논평을 자신이 만들지 않았음은 물론, 사전에 당대변인실로부터의 협의도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사실확인결과 당대변인실 실무자가 문안을 작성해 하순봉대변인의 감수를 거쳐 손부대변인의 명의로 발표했음이 밝혀졌다.

 이런 수모를 받고 가만히 앉아있을 민주당이 아니었다. 30일 손민자부대변인은 민주당의 박지원대변인으로부터는 『지식을 팔아 권력을 찾아간 「재야의 배신자」』, 김용석부대변인에게서는 『잡으려했던 호랑이의 「충직한 개」』라는 모욕을 당했다. 또 하민자대변인은 전날 논평발표를 둘러싼 당내의 우여곡절과 관련해, 민주당의 설훈부대변인으로부터 『남의 이름을 훔쳐서 발표하는 작태에 대해 5공 잔당은 어쩔수 없다는 절망감을 느낀다』는 인신공격을 받았다.

 최근 한 만평가는 양당 대변인실 입구에 걸레가 걸려져있는 그림을 그려 화제가 됐었다. 이 그림은 여당의 공식회의석상에서도 거론됐었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는 줄곧 이같은 대변전선의 이상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수수방관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본변들이 나서 사태를 정리하고 정상을 회복시켜야 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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