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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한 말씀만 하소서」/아들을 잃은슬품 일기속에 적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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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한 말씀만 하소서」/아들을 잃은슬품 일기속에 적절히

입력
1994.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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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5편도 한데 묶어 출간 소설가 박완서씨(63)가 최근 펴낸 「한 말씀만 하소서」(솔간)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토로한 일기와 5편의 단편소설을 싣고 있다.

 운동권 학생이었던 아들을 잃은 슬픔, 낙태의 문제, 노인들의 외로운 인생을 담은 그의 단편들은 작가 특유의 입담을 드러낸다. 그러나 독자의 눈을 반짝 뜨이게 하는것은 1백쪽 분량의 일기이다. 88년 서울대병원 마취과 레지던트이던 아들이 갑자기 죽은 뒤, 그 슬픔을 억누를 길이 없어 방황하는 어머니의 고통스런 기록이 절절하다.

 너무 울어 힘이 다 빠진 후에나 잠들 수 있었고, 아침에 일어나면 악몽을 꾼것이겠지라며 스스로를 달래보려는 미련, 만취한 뒤 수면제를 털어넣고서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설움, 큰 딸네 집에서 마음놓고 통곡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글을 쓴다는 어머니의 쓰라린 사연은 작가 박완서씨의 또다른 면을 보여준다.

 『자식을 앞세우고도 살겠다고 꾸역꾸역 음식을 처넣는 에미를 생각하니 징그러워서 토할것같았다. 격렬한 토악질이 치밀어 아침에 먹은걸 깨끗이 토해냈다』

 『베개가 젖도록 흐느껴 울었다. 죽음이 왜 무시무시한지, 아들의 죽음이 왜 이렇게 견디기 어려운지 정연한 논리로서가 아니라 폭풍같은 느낌으로 엄습해왔다. 하나의 죽음은 그에게 속한 것, 사랑과 기쁨, 고통과 슬픔, 체험과 인식등 아무하고도 닮지 않은 따라서 아무하고도 뒤바뀔 수 없는 그만의 소중하고도 고유한 세계의 소멸을 뜻한다』

 사람들을 피해  미국 딸네 집에 갔다가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는 모습에서 「어머니의 마음」을 되새기게 하는 책이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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