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널뛰기」를 하는 형국이다. 작년만 해도 바닥을 치고 있던 설비투자지표들이 올들어 갑작스레 두자리수 증가율까지 예고하고 있다. 재벌기업들이 올해 설비투자규모를 작년(0.6%감소)보다 45%, 중공업은 무려 65%나 늘릴 계획이라는 전경련의 최근 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경쟁력강화의 첨병인 대기업들이 투자에 팔을 걷어붙인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정작 투자에 갈증을 느꼈던 지난 몇년간 꼼짝않던 이들이 경기회복신호가 나오기 무섭게 한꺼번에 투자세례를 펴고 있는것을 보면 어쩐지 찜찜하다. 대기업들의 「소나기식」설비투자가 투자기근에 시달린 우리 경제에 「단비」아닌 「가뭄 끝의 홍수」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기업들은 경기가 가라앉았을 때 설비투자에 뛰어든다. 장비도 교체하고 작업라인도 실험적으로 바꿔 본다. 어차피 생산을 늘려봤자 재고만 쌓일 바에야 차라리 잠재력이나 비축하자는 취지다. 그리고 경기가 살아나면 그 투자의 열매를 거둬들인다. 엔고극복의 원동력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반대다. 경기가 위축되면 대기업투자도 꽁꽁 얼어붙고 그 때문에 경제는 더욱 침체된다. 그러다 회복징후만 보이면 너도 나도 투자에 달려들어 곧바로 과열로 치닫게 한다. 80년대말 3저호황기에 중복과잉투자를 낳아 무수한 업체를 도태시켰던 유화산업이 그랬고 요즘 최고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자동차 선박업종 또한 같은 양상이다. 불황을 호소하던 것이 엊그제 일인데 벌써 과열경기의 우려가 나오는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의 경기회복은 철저히 신3저덕분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금리가 오름세에 있고 엔고도 언제 막을 내릴지 모른다. 지금처럼 경기의 호·불황에 따라 널뛰듯 오르내리는 투자라면 국제환경이 악화될 경우 기업들은 또다시 투자를 기피하고 재고처리에나 급급할것이다. 어려울때 투자하고 여건이 좋아질때 그 과실을 거두는 「경제적」인 기업들의 투자마인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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