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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도 개혁 대상이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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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도 개혁 대상이다”(사설)

입력
1994.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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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문고 사태가 왜 생겼는가. 반성에 나선 우리 교육계가 학부모들도 잇단 교육비리의 공범이라며 새로운 학부모운동을 제기, 사회적 공감을 사고있다. 이같은 학부모 스스로의 반성·자책과 교육계의 냉철한 진단 및 대책마련을 통해 이제야말로 우리 교육의 체질이 근원적으로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광복후 양적팽창을 거듭해온 우리교육의 두가지 상징적 병폐는 바로 콩나물교실과 치맛바람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뜨거운 교육열에 반비례한 교육예산부족사태는 진학희망열기 앞에 속수무책이어서 마냥 시설 및 정원부족으로인한 유례없는 입시지옥을 이뤄왔다. 또 그런 입시지옥이 학벌사회의 병폐와 치맛바람이라는 자녀이기주의에 휩쓸리면서 우리교육을 총체적으로 멍들게 해왔던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8일 열린 한국교육개발원 주최 학부모 교육개발 심포지엄은 자못 그 내용이 매섭고 시사적이라 할만하다. 이날 국민학교를 대표한 어느교장은 학부모 이기가 교육을 망쳐왔기에 학부모 스스로가 교육개혁대상임을 인정해야된다고 말했다. 또 전직장관, 대학교수 및 학부모대표는 우리교육이 달라지려면 교육주체의 하나인 학부모들의 의식과 사고방식부터 변해야한다면서 교육개혁을 위한 학교와 가정의 공동책임을 보다 강조했다.

 사실 그 심포지엄에서 구체적으로 지적된 학부모들의 지나친 이기심은 누구라도 얼굴이 뜨거워질 정도다. 인간 및 사회교육보다 성적이나 학벌에 너무 집착하고 과보호를 일삼는가하면 지나친 간섭과 물량공세로 학교교육의 근본을 뒤흔들고 있다는게 아닌가. 오죽하면 『학교는 자동판매기가 아니다』 『우리 학부모는 「대학교」라는 신흥종교의 광신자』 『한 인간의 행복과 성공이 학교성적에 있는것이 아니라 공동체, 동료인간, 그리고 사회적으로 보람있는 일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며 헌신하는 정도에 달려있음을 가정에서 가르쳐달라』는 교육계의 지적과 부탁이 나왔겠으며 이것은 차라리 절규에 가까운것이었다.

 그동안 교육 비리가 터질때마다 그 배경에는 지나친 이기심과 물질만능에 물든 학부모가 있었음은 모두가 이미 공감하는 바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일찍이 그런 이지러진 교육환경속에서 자라온 젊은 신세대 학부모들의 자녀이기주의가 한결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사실이야말로 삶과 가르침의 참된 의미 부각에 소홀한채 현실에만 집착해 허겁지겁 달려온 지난 세월의 후유증이 벌써 드러나고 있다는것에 다름 아닌것이다.

 지나친 집착이 오히려 눈을 멀게하는 악순환의 우리 교육현실은 이제 고쳐져야겠다. 모처럼 학부모들도 자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때 비뚤어진 교육열과 학부모호주머니에 사실상 나라교육을 의탁해온 우리 교육당국과 교육계의 책임은 오히려 커졌다. 공교육의 확대와 교육계의 자정으로 모두가 함께 교육을 바로잡고 자녀를 제대로 키울 「무한책임」이 남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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