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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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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도시 홍콩을 처음 가보는 여행객들 거의가 공항을 벗어나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한번은 묻게 되는 것이 있다.「저 근사한 건물은 무얼하는 곳인가」 5, 6층의 초현대식 빌딩에 주변을 둘러싼 수목이 보통 울창한게 아니다. C자형 건물의 가운데에는 곱게 자란 잔디와 휴식시설들이 황실의 정원처럼 꾸며져 있다. 홍콩은 이런 곳이 3군데나 있다.◆빈의관. 사자들의 유골을 보관하는 곳이다. 여행객들은 유명종합병원이나 부유한 사립학교 쯤으로 알기쉽다. 이곳에는 각각 8천∼1만여 사자의 유골이 모셔져 있다. 조그만 보석함 크기의 상자에 고유번호, 계약기간이 명시되어 있는 것이다. ◆어느 때나 유족의 요구만 있으면 직원이 정중히 모셔다 예를 올리도록 해준다. 그나마 건물의 70∼80%는 깨끗이 단장된 작은 방들로 꾸며져 가족단위의 의식을 갖는데 불편이 없다. 홍콩주민은 모두 5백50만명. 97%가 중국계이고 나머지는 세계60여개국에서 온 외국인들이다. ◆그렇지만 전체의 90%이상이 유택을 이곳에 정한다. 남은 10여%는 부자로 사설묘지가 있거나, 반대로 생보대상자가 되어 시립공동묘지를 사용해야 한다. 주민들은 우리와는 달리 명절날을 택하지 않고 주로 고인의 기일에 이곳에 모여 경건히 꽃한송이를 바치는 걸로 그친다.◆이제 며칠후면 청명. 서울등지에서는 또 성묘전쟁을 치러야 한다. 해마다 여의도의 1·5배가량이 새 묘지로 늘고있다. 2000년대 초엔 그나마 묘 쓸 자리마저 없게 된다는 당국의 전망이다. 자연경관의 훼손에서부터 교통문제, 비용문제등이 심각히 논의되어야 할 때다. 인구는 많은데 땅은 비좁고 묘안은 없다. 그래서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홍콩의 예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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