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회사연수원 같은 개방교도소/88년 천안에 개소… 본보기자 첫 르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회사연수원 같은 개방교도소/88년 천안에 개소… 본보기자 첫 르포

입력
1994.03.30 00:00
0 0

◎수형번호대신 이름표·호칭도 「처우자」/높은담·철창 없고 휴게실 갖춰/직장 출퇴근… 목돈 모아 출소 높은 담과 감시망루가 없는 교도소. 겉으로 보기엔 연수원이나 한가한 관청같은 곳에서 재소자들은 바깥 직장에 출퇴근하며 복역하고 있다.

 88년 국내 최초로 세워 진 천안개방교도소(소장 이천영)는 「범죄자들의 교화를 통한 사회복귀」라는 교도소 본래의 목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철망으로 된 교도소 담 높이는 1.5m정도여서 밖에서 안이 훤히 보인다. 내부시설도 대학이나 기업의 기숙사나 연수원수준이다. 재소자들의 방에도 철창과 감시창, 그리고 외부에서 잠그는 시건장치가 없다. 재소자들은 어느때고 마음대로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 화장실 욕실 휴게실등을 이용할 수 있다. 휴게실에는 편안한 소파와 TV 신문 잡지 도서등은 물론 바둑 장기판도 있다.

 방안에는 2층 나무침대가 3∼4개씩 있고 여유공간도 넓어 자유로운 공동생활을 할 수 있다. 침대 머리맡에는 하오 9시 소등시간 이후에도 책을 읽거나 편지등을 쓸 수 있는 개인용 스탠드 등이 달려 있다.

 개방형 시설보다 한층 두드러지는 점은 재소자들의 인권과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점이다. 재소자란 용어가 이곳에는 없다. 「처우자」라고 불린다. 가슴에는 수형번호 대신 이름표가 붙여져 「사람대접」을 받는다. 접견과 면회제한도 없다. 면회 뒤에는 대화요지를 재소자 스스로 작성, 교도소측에 제출하면 된다. 재소자 자치회까지 있어 각종 「내무생활」의 어려움을 모아 교도소에 건의해 해결한다.

 현재 이곳에서 「사회적응훈련」을 받고 있는 재소자는 2백34명. 대부분 과실범죄를 저지른 초범이며 3년미만의 형기를 남겨둔 모범수형자들로 엄격한 심사를 거친 가석방 대상자들이다. 이들중 각종 기능자격을 갖고 있는 1백9명은 매일 인근 천안공단에 교도소 버스로 출퇴근하고 있다. 한달 평균 20만원정도의 월급을 저축, 출소때 목돈을 쥐고 나간다. 올 들어 83명이 가석방 혜택을 받아 출소했다.

 이처럼 자유로운 생활때문에 「탈옥」의 유혹도 적지 않을것 같지만 개소이래 탈옥시도조차 한건도 없었다. 얼마전 2명이 「퇴근길」에 담배꽁초를 숨겨 들여오다 적발돼 일반교도소로 전출된것과 같은 가벼운 규칙위반사건이 가끔 있을 뿐이라는 교도소측의 설명이다.

 자치회장 최모씨(27)는 『자유로운 생활과 인격적 처우가 보장되기 때문에 바깥에 생활기반이 제대로 없는 사람들에게는 사회복귀 준비여건이 바깥보다도 오히려 낫다』고 말한다. 그래서 일반교도소에 흔한 재소자간의 폭력사건도 전혀 없다는 얘기다.

 이교도소장은 『개방교도소 운영에 많은 예산이 들지만 사회적응효과가 높은 개방교도소를 늘려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천안=이영섭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