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은 김영삼대통령의 북경 방문을 계기로 공동 투자 및 개발의 영역을 정부 차원에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한중 정상회담의 전망대로 공동 투자및 개발에 대한 지원체제가 정부차원에서 마련된다면 대단한 발전이다. 한국과의 긴밀한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할만큼 중국 공산당의 시장체제로의 이행실험이 성공적이라는 사실 자체가 고정관념을 깨는 일이다. 아울러 민주사회가 공산국가와 연대하여 국제경쟁의 현실에 공동대처하는 것 역시 전례없는 일이다. 공동 투자 및 개발의 일차적 대상으로 거론되는 품목마저 무시할 만한 사소한 것이 아니다. 항공기·자동차·고화질 TV 및 전자식 교환기는 하나하나가 높은 부가가치를 약속한다. 게다가 일단 성공하면 축적해 놓은 공동 투자의 경험을 살려 개발할 전후방의 연관산업이 많은 품목이다.
아마 격변하는 세계경제가 이질적인 한중사이의 경제적 밀월관계를 촉발한 변수일 것이다. 현재 세계경제에는 두가지 상이한 변화의 논리가 흐르고 있다. 하나는 주변국가와 힘을 모아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아남으려는 지역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화의 추세에 맞추어 차별의 벽을 제거하려는 다자주의이다. 구주와 북미는 이러한 두가지의 상이한 생존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증진시켜온지 이미 오래다.
한국과 중국이 핵심 분야의 공동 투자와 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생존을 위한 게임에 동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얻을 것은 많다. 한국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중국 시장에 진출한 기업의 생산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고 부품 수출의 신장을 꾀할 수 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동 투자 및 개발의 기회는 이념이 다른 중국에 대한 종속의 위험을 그 안에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정치적 조약의 혜택에 중독되어 생산성 향상의 노력을 게을리하면 공동 생산의 분야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말 것이다. 게다가 한중 경협의 지나친 확대는 구주와 북미를 자극하여 세계경제의 지역적 분할에 불을 당길 가능성마저 있다.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에 지역 협력은 보완책일 뿐 다자주의를 대체한 생존전략일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우선 점차적으로 일본의 참여를 장려하면서 지역 협력을 한·중·일 삼각체계로 확대하고 대중 종속의 위험을 피해야 한다. 그리고 구주와 북미에 흐르는 지역주의의 기운을 강화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동북 아시아 내에서의 협력을 몰고가 다자주의 경제질서를 지키는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중국 및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도 세계속의 한국을 생각하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의 함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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