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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부모운동(장명수 칼럼: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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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부모운동(장명수 칼럼:1659)

입력
1994.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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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야말로 교육개혁의 대상이라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학부모들의 이기주의와 빗나간 교육열이 한국의 교육을 망치는 주요 요인이라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새 학부모운동이 제기되고 있는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논쟁은 소모적일때가 많지만, 우리의 교육풍토를 개탄할 때도 같은 논쟁을 피할 수 없다.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학력위주풍토가 먼저인가, 내 아이만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좋은 학교에 보내겠다는 학부모들의 극성이 먼저인가, 교직의 양심을 돈에 팔아넘기는 교육자들이 먼저인가 라는 규명은 쉽지 않다.

 다만 이 악순환의 고리를 누가 먼저 끊어야 할것인가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일어서야 할 사람들이 학부모인것만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나쁜 교육풍토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교육풍토를 이루고 있는 가장 큰 골격중의 하나는 「제치고 올라가기」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국민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그 경쟁을 시작한다. 담임선생님께 바치는 돈봉투는 다른 아이들을 제치고 내 아이를 특별대우해 달라는 뇌물이다. 뇌물의 성격은 다른 아이들보다 잘봐달라는 수준을 넘어서 성적을 조작해달라는 범죄의 수준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아들가진 부모들 중에는 『여학생들이 뭐하러 명문대에 가느냐. 여학생이 안가면 남학생이 한사람 더 붙었을것 아니냐』고 놀라운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자기 아이의 성적이 신통치 않은 부모들 중에는 『고교 입시가 부활되면 명문고가 되살아날 테니 절대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녀공학 학생들의 내신을 남녀별로 분리할것인가, 통합할것인가로 남녀학생의 학부모들이 단체로 대립하기도 한다.

 학부모들은 교육전체를 보지 않고, 내 아이에게 미칠 이해관계만 보고있다. 그것이 불합리하든 범죄이든간에 내 아이에게 유리하면 전혀 문제를 삼지 않고, 오히려 문제삼는 쪽이 나쁘다고 공격한다. 상문고비리같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지만, 만일 내가 돈으로 자녀의 성적을 올려야할만큼 다급하다면 학교측의 유혹을 어떻게 물리쳤을까에 대해서 내심 자신이 없는 부모도 많을것이다.

 학부모들은 교육개혁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교육부나 학교, 학벌위주의 사회만을 탓할 게 아니라 부모들 자신의 성적 지상주의와 자녀 이기주의를 몰아내어 사회와 학교를 바꿔가겠다는 새운동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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