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현재 확장국면일뿐 우려상태 아니다”/객관적기준 없어 사후에나 판정가능 현 경기상황은 과열로 치닫고 있는 것인가. 한동안 잠잠하던 이 문제가 다시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은 지난 26일 한리헌 경제기획원차관과 신복영 한국은행부총재등의 모임 때문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최근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경기문제를 논의하면서 앞으로 경기동향을 예의주시, 4월중 올해 경기와 관련된 정부의 입장을 종합정리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가 혹시 앞으로 경기가 과열로 흐를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아주 배제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금융통화운영위원회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었다. 금통위위원들은 한은으로부터 「2월중 경제동향」 보고를 받은 후 『일부에서는 과열기미가 보인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확장국면에 들어섰다고 하는데 어떤 상태냐』고 물었다는 것.
이들은 ▲제조업평균가동률이 91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84% 수준을 보이고 있고 ▲국내기계발주는 자동차 조립기계등 민간부문에서의 주문이 크게 늘어 전년동월에 비해 40.7%가 증가했으며 ▲기계류수입허가도 79.9% 늘었을 뿐 아니라 ▲건설부문도 아주 활발했다는 점등을 들어 이같이 질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이에 대해 『생산지수등 실물경제통계가 더 나와 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나 현재로서는 확장국면에 들어선 것일 뿐 과열이 우려되는 상태는 아니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한은은 얼마전 지난해 국민총생산을 발표할 때도 똑같은 견해를 밝혔었다.
경기판단에 있어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는 「과열」을 판단하는 객관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과열을 「인플레를 유발할 정도의 급속한 경기확장」이라고 할 때 그 판단에는 주관이 개입될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과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시간이 지난 다음에 『그때가 과열이었구나』라는 식으로 사후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은등 관계기관이 과열여부를 판단하는 「객관적 기준」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잠재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이다. 실제성장률이 인플레를 크게 우려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한도인 잠재경제성장률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과열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능력 이상으로 빨리 달렸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초과해서 성장할 때에도 경기가 과열로 치닫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률 통계는 분기별로 나와 그때 그때 경기판단에 적용하기에는 기동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물가 통계를 이용할 경우에는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편인 시멘트등 건자재 가격과 잔업시간 증가등을 보면 된다. 그러나 과연 이 지표들도 어느 정도까지 늘어야 과열로 보느냐 하는 점등으로 해서 「정확한」 기준이 되기는 힘들다.
때문에 주로 월별 산업동향등 실물경제의 통계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난 1월의 통계에 대한 해석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동차 유화 전기전자등 일부 중화학공업에서의 공급애로 발생과 가격인상의 파문확대등으로 인한 과열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한은은 최근 소비증가율이 완만하고 설비투자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공급애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과열기미를 보이느냐 아니냐는 조만간 정확한 판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과열논의를 불러일으킨 1월의 산업활동에 이어 다음달에는 1·4분기 실물경제에 대한 통계가 나와 추세를 확실히 알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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