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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비리 사건의 교훈화/이현재 칼럼(화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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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비리 사건의 교훈화/이현재 칼럼(화요세평)

입력
1994.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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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 고등학교의 비리문제가 세론을 들끓게 하고 있다. 문제 자체의 처리와 아울러 이를 계기로 한 관련 제도의 개혁, 그리고 교육풍토의 정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개 고등학교의 사건이 그렇게 큰 파문과 긴 파장을 몰고 온것은 한 학교의 문제에 국한될 성격의 것이 아니라 교육과 관련된 제도,관행, 풍토등의 문제점을 집약적 상징적으로 나타내주고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일것이다. 해방후 반세기에 걸쳐 우리 교육은 괄목할 발전을 한것이 사실이다. 고등학교 취학률을 보면 거의 전원이 취학할 수 있게 되었고 대학진학률도 국민소득 수준에 비추어 볼 때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우리는 교육자 교육사업가를 위시한 교육계의 공로에 대한 평가에 인색해서는 안될것으로 본다. 그 공로에 의해서 배출된 인력이 이제까지 국가발전을 주도해 온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다. 다만 그동안의 교육발전은 교육제도나 지원체제의 확립이 선행해서 이끌고 왔다기보다는 국민의 압도적인 교육열에 의해서 이끌어져 온것이 사실이며 여기에 여러 가지 문제발생의 소인이 있었던것으로 볼 수도 있다. 

 교육부문에서 재단비리, 입시부정을 비롯한 각종 학사비리가 어찌 보면 주기적으로 노출되고 있거니와 사회의 다른 부문에서도 사회적 부조리나 사회적 무절제에서 오는 사건들이 빈도높게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따지고 보면 우발적인것이 아니라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는 필연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후적으로 미봉책을 강구하여 사회를 조각보로 만드는 것보다는 사전적으로 원인을 따지는 일이 본질적인 일이 될것이다. 사회적으로 깊이 침투되고 내면화할 수 있는 설득력있고 면밀한 제도적 장치와 아울러 이것을 소화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축적되어야만 안정적 사회발전이 가능할것으로 믿는다.

 좋고 。은 경험은 모두가 진정 교훈화될 때 비로소 사회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번 사건이 국민감정 진무용으로 감독관청의 특별감사나 학교장과 교사들의 다짐대회등으로 고조된 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지나간다면 그 방식은 그야말로 구시대적 문화의 답습에 그치게 된다. 이번의 쓰라린 경험이 일과적 처방에 의해서 매장되어서는 안된다. 

 정부나 감독관청으로서는 사고학교들에 대한 제재 차원을 넘어서 발전적 차원에서의 제도정비 및 지원체제 개선, 감독기능의 누수방지책을 강구해야 할것이다. 학교당국 또는 교사들의 교권은 외부에서 타율적으로 주어지기를 바라기에 앞서 스스로의 사도확립에 의해서 얻어져야 할것이다. 사고학교 교사들이 눈물을 흘리며 성적조작사실 및 학교비리를 폭로했다. 

 대학입시부정 문제가 있었을 때도 대학당국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성적의 상하위를 전도시켜 합격시킨 것보다도, 성적을 조작 수정하여 전형한 경우가 교육도의적으로 더욱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받은 바가 있다. 교육의 넓은 보급에 비하여 교육풍토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사회적 지적은 유념해 볼만 하다.

 이 기회에 고등학교 교과과정도 과감하게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얼마전에 정부에서 교과과정 개편에 착수했다가 각 학과목의 성격보다 학과목별 담당교사들의 세력관계때문에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것으로, 와전인지는 모르나 그렇게 듣고 있다. 부자연스런 세력관계에 의해서 교과과정이 편성된다면 고등학교 정상화가 잘 안되는 것이 대학입시 때문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오히려 그 이전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고등학교 교과중 객관적 평가가 어려운 학과목이나 일반적 교양과목등은 대폭 점수평가제에서 급락평가제로 전환함으로써 자의적인 평가를 극복하고 학생들의 점수에 대한 지나친 구속도 완화해 줄 수 있을것으로 생각된다. 대학입시의 방법, 학과목 선택에 있어서도 그 자율화는 물론 찬성하는 것이나 대학은 대학의 입장에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안목과 아울러 고등학교 교육정상화에 대해서도 깊은 배려가 있기를 바라고 싶다.

 그동안 교육개혁심의회, 교육정책자문회의 등에서 교육개혁 및 정책에 관한 중요한 건의가 이루어졌다. 그 내용을 살펴 보면 대부분 학자 전문가 국민 모두의 입장에서 매우 높은 타당도를 지닌 건의들이다. 최근 발족한 교육개혁위원회에서도 여러 가지 발전적 건의안이 나올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각종 기구에서 나온 건의들을 살펴 보면 우리 사회의 지혜의 빈곤에 교육의 문제가 있는것이 아니라 타당성이 큰 방안들에 대한 실천의지와 사회적 소화능력에 문제가 있는것임을 절감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타당도가 높은 정책안들에 대해서는 강력한 실천력을 보여 주어야 할것이고 사회 및 학부모는 교육기관에 대한 공기로서의 인식을 깊이 하고 교육담당자인 학교 및 교사는 진정한 사도·교권의 확립을 위해서 더욱 긍지를 드높이고 부단한 의식쇄신이 수반되어야 할것으로 믿는다.

 체험은 생물학적 유전자를 형성하는데는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그리고 기타 여러 사건들이 남긴 교훈은 사회적 유전자 요소가 되어 교육발전에 도움이 되어주기 바란다. 오늘의 교육계를 이끌어 오고 있는 훌륭한 대다수 교육자들에게 국민의 변함없는 격려·신뢰·존경이 있기를 바라고 싶다.<정신문화연구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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