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위험 적고 실질제재 난관/4∼6주 냉각기거쳐 변화기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조건부 대화재개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길고도 지루한 북한핵문제 해결과정에 또 한차례의 반전이 예상된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한 관리는 27일 하오(현지시간) 클린턴행정부의 한 고위관리가 26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핵사찰 재개를 조건으로 북한과의 접촉재개 가능성을 시사한데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그럴듯한 제의같은데 좀 더 추이를 지켜보자』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미국무부의 한 관리도 『북한이 핵안전의 지속성을 보장한다는 기본원칙을 부인한 적은 없는 만큼 미·북한간의 대화는 언제고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그러나 『양국간의 대화재개에는 얼마간의 냉각기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면서 『대화재개의 성사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측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북·미회담 재개 가능성에 대한 양측의 1차적인 반응은 비록 그들의 공식입장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신중한 낙관론」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북핵문제에 정통한 워싱턴의 분석가들은 이에 따라 한반도에서의 팽팽한 대치국면이 앞으로도 길게는 수주동안 계속되겠지만 이 기간동안에도 북측의 태도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윌리엄 페리미국방장관도 지난25일 주한미군의 전력강화방안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대북 경제제재에 들어가기 전 4∼6주동안은 북한이 핵사찰을 이행할지의 여부를 지켜봐야 할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현재 북한에 대한 미국내 여론은 북한측이 판문점에서 행한 「불바다」운운발언으로 상당히 악화돼 있는게 사실이지만 즉각적인 대북봉쇄외교 촉구주장에 대한 반응은 시들한 편이다.
미국무부의 한 관리는 『지난 1∼2주동안 북한에 대한 강경론이 우세했으나 조만간 여론주도층 인사들이 점차 차분해지면서 결국 대화쪽으로 여론이 옮겨가게 될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린턴행정부내에서도 외교에 의한 북핵문제의 해결을 끈질기게 고집해 온 국무부 관리들은 이 문제에 관한한 시간은 자신들 편에 있다고 믿고 있다.
이들의 대북한관은 심각한 경제난과 김일성부자의 순조로운 권력승계라는 힘겨운 과제를 안고 있는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쪽으로부터 뚜렷한 체제전복 기도가 없는 상황에서 자멸을 자초할 불장난을 저지르지는 않을것이라는 낙관론에 기초하고 있다. 한 관리는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전망은 낙관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으며 오직 현실적일뿐』이라면서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정식 선언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는한 현실적으로 대북 군사제재를 취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국무부의 북한담당자들은 또『북한의 핵무기 보유설에도 회의적인 쪽으로 기울어 있다.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정보기관내에서도 북핵보유 여부에 관한 분석이 제각각인 상태에서 북한핵 보유를 전제로한 대북 봉쇄외교는 평양의 모험주의만을 부추기게 된다』며 반대한다. 따라서 이들은 현재 미국이 유엔에서 취하고 있는 대북 제재준비 움직임도 조지 부시전미대통령이 걸프전 직전 이라크에 대해 취했던 국제공조체제 구축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배경에서 워싱턴측이 조심스럽게 쳐든 올리브 가지에 평양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불분명하다. 북한과의 대치국면속에서 대북회담 재개 희망을 피력한 미관리의 26일자 발언은 평양쪽으로 넘어간 공의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는 북한에 대한 압력인 동시에 출구를 열어준 셈이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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