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문제를 둘러싼 포커게임판이 커졌다. 지난주 평양측은 이전의 약속을 깨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단이 핵무기를 만드는데 연관이 있을것으로 보이는 시설들을 방문하는것을 막았다. 며칠뒤 평양측대표들은 남북회담장에서 휴전선에서 30마일 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1천만이 넘는 시민의 보금자리인 『수도 서울이 잿더미가 될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말은 어깨너머로 던지고 회담장을 빠져 나가버렸다. 지난 일요일 IAEA는 북한측의 핵사찰거부문제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키로 결정했다.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한미방위조약을 재확인하면서 순수한 방어적 조치로 미국의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할것이라고 발표했다. 남한은 이와 동시에 65만명의 군대에 경계강화령을 내렸다. 미국의 민주·공화 양당지도자들은 한국에서의 미군의 군사력 강화를 지지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의 핵위협이 중대한것은 틀림없지만 그것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할만큼 절박한것일까. 아니면 예측이 불가능한 북한지도자들이 겁을 주기 위한 선전이나 정책방편일까. 북한은 과연 그들의 지도자들도 이길 수 없다고 알고 있는 승산없는 전쟁을 먼저 일으켜 국가적 파멸을 초래할것인가.
지금은 안보리가 새로운 카드를 요청해야 할 때이다. 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결의해 북한이 핵확산금지협정(NPT)의 목표와 의무조항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이같은 설득력을 갖고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그러나 과연 중국이 여기에 협력할것인가. 워런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은 굴욕적인 북경방문을 마치고 돌아와 중국이 유엔의 조치를 방해하지 않을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에 있어 정치적 호의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은 법이다.
중대한 문제에 북경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내기 위한 대가를 주어야 한다면 워싱턴당국으로서는 중국에 최혜국(MFN) 지위를 연장하는 카드 밖에 없다. 그간 인권개선문제를 내세워 이를 철회하겠다고 위협하던 대중국정책을 완화하는것 밖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을것이다.【정리=박진렬LA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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