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영화 “부흥기”/정부 제작비·세제혜택 등 적극지원 아일랜드영화계가 르네상스를 맞고있다. 예이츠와 골드스미스, 스위프트와 버나드 쇼, 그리고 조이스같은 문필가들을 낳은 아일랜드는 이야기를 전통처럼 여기는 나라지만 나라살림이 넉넉하지 않아 영화산업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몇년간 아일랜드영화가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서 비평가와 관객들로부터 모두 큰 호응을 받으면서 아일랜드 영화계는 지금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자국영화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자 아일랜드정부는 최근 유명무실했던 국립영화위원회를 재편하고 제작비 융자·면세혜택등 제도를 고쳐 영화산업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화인들은 아일랜드영화계의 이같은 활성화를 지난 70년대말 호주영화계에 불어닥쳤던 「신호주시네마」르네상스에 비유하고 있는데 호주는 당시 피터 위어, 브루스 베레스포드, 프레드 스켑시, 길리안 암스트롱 같은 뛰어난 감독들을 배출해 냈었다.
아일랜드영화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 짐 쉐리단감독의 「나의 왼발」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대니얼 데이 루이스)과 여우조연상(브렌다 프리커)을 타면서부터였다. 그후 「나의 노래를 들으세요」와 「코미트먼츠」 및 「플레이보이즈」같은 소규모의 짭짤한 영화들이 나와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어 세계영화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어 놓으면서 마치 하나의 현상처럼 등장한것이 닐 조단이 쓰고 감독한 「크라잉 게임」(92년)이었다. 아카데미상 6개부문후보에 올라 극본상을 탄 이 영화는 아일랜드영화계에 희망과 활기를 불어넣었고 나라의 이미지마저 변화시켜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는 쉐리단 감독의 정치드라마 「아버지의 이름으로」가 나와 호평을 받았고 부커상 수상작가 로디 도일이 극본을 쓴 아일랜드서민의 삶을 담은 「스내퍼」(스티븐 프리어스감독)가 역시 호평속에 개봉돼 지금까지 상영되고 있다. 쉐리단이나 조단 모두 미국서 영화기술을 연마하고 귀국한 사람들로 아일랜드 영화붐은 이들 외국서 공부하고 돌아온 사람들에 의해 조성되고 있다. 아일랜드영화계의 문제점은 자본의 영세성. 지금까지 거의 모든 영화가 외국자본에 의해 만들어졌다. 「크라잉게임」이나 「아버지의 이름으로」또 「스내퍼」등도 모두 영국과 미국 및 일본돈에 의해 제작됐다. 그래서 이들은 달러를 미끼로 손짓하는 할리우드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고 고백한다.
일부에서는 자금력이 약한 아일랜드영화계의 르네상스가 「신호주 시네마 」붐처럼 잠깐 끓어올랐다 사라질 거품현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아일랜드영화인들은 『지금 우리영화계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위기로 가득차 있다』면서 『아일랜드는 언어의 나라에서 영상의 나라로 변신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미주본사편집국장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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