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단속·대내선전 기회 삼아금명 대규모「비서대회」… 조직결속 점검도
최근 북한 신문·방송의 기사와 논평에서 「전쟁」이라는 단어가 빠지는 날이 없다.
지난 19일 남북특사교환을 위한 제8차 실무대표접촉이 결렬된 이후 북한의 선전기관들은 주변에 형성된 긴장국면을 체제강화를 위한 기회로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회담결렬 당일인 19일 중앙방송은 우리측이 「전면대결선언」 「전쟁선언」을 해왔다고 주장하면서 『대화에는 대화, 전쟁에는 전쟁으로 대응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20일 당기관지 노동신문등은 접촉결렬 사실을 보도하면서 『남조선측이 회담장에서 대화 상대방을 자극하는 도발적 폭언을 일삼고 뒤에서는 강경대응을 거론, 사실상의 전쟁·대결선언을 해왔다』고 결렬의 책임을 전가하는 논리를 폈다. 평양방송은 같은 날 대담프로를 통해 『결국은 조선땅에 또 한차례의 전쟁이 터지는 사태가 벌어지게 될것』이라고까지 주장했다.
관심을 끄는것은 미국을 겨냥한 보도, 성명에서는 대체로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수준으로 경고하고 있는데 반해 대남보도에서는 직접적으로 전쟁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것.
25일자 노동신문은 『우리는 미국과 대화를 해도 좋고 안해도 좋다』면서 『우리는 모든 사태에 엄중히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논평했다. 반면 이 신문은 같은 날 한국군의 특별경계령에 대한 논평에서 『남조선괴뢰들이 전쟁에 불을 지른다면 천백배의 보복타격을 안기는것으로 대답할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쟁에는 전쟁」이라는 논리는 보도기관 뿐 아니라 각종 사회단체의 집회·성명을 통해 구호로 확산되는 추세다. 조선직업총동맹(직총)이 24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조선 당국자들이 모험적인 전쟁의 길로 줄달음쳐 우리나라 정세는 전쟁의 문어귀로 한걸음 다가섰다』고 주장한데 이어 25일에는 대표적인 당전위기구인 사회주의 노동청년동맹(사로청)이 『전쟁준비가 돼 있다』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관계자와 북한전문가들은 북한선전기관들의 이같은 최근 동태와 관련, 북한측이 실무대표접촉에서 극언을 하고 대화를 결렬시킨 목적이 당초부터 「내부결속용」에 더 큰 비중을 둔것이 아니었겠는가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관계자는 『북한이 남측에 대해서 보다는 내부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북한은 대화결렬 후 남북간에 긴장이 고조된것을 체제결속을 위해 최대한 이용하고 있는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측은 패트리어트 미사일배치, 군경계태세 돌입, 김영삼대통령의 일본·중국순방등 우리측 움직임에 대해 일일이 「전쟁대응」이라는 보도와 성명발표로 응수하고 대내선전기회로 삼고 있다. 북한 당이 곧 이번에 사상 최초의 대규모 「전당 당세포 비서대회」를 개최하는것도 기층조직의 사상을 단속하려는 같은 맥락에서 분석되고 있다. 북한에서 비상사태가 선포될 경우 당정을 비롯, 각 기관·단체가 모두 김정일이 최고사령관으로 있는 군휘하로 들어간다는 점도 최근 남북간의 긴장고조와 관련, 의미를 둬야 할 대목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입장에서 권력승계가 위태로울 때 위기고조는 도리어 체제결속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것』이라며 『최근 북한내부동향은 안보논리로 독재정권을 유지하려 했던 우리측의 과거사례를 연상시키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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