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하오(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의 42번 탑승구주변에는 삼엄한 보안검색이 실시되고 있었다. 서울을 향하는 대한항공기를 타려는 승객들은 짜증이 날만치 긴 행렬에 섞여 묵묵히 검색에 응했다. 독일 보안요원들의 표정은 평소와 달리 매우 딱딱히 굳어 흡사 히틀러시대의 비밀경찰인 「게슈타포」를 연상케 했고 이바람에 프랑크푸르트발 KE906편 비행기는 예정보다 1시간10분가량 이륙이 늦어졌다.
이날 유독 KAL기에 대해 이처럼 보안검색이 강화된 배경을 놓고 검색을 마친 승객들은 나름대로 해석에 바빴다. 최근 영국 소련등 주요국의 민간항공기가 공중추락하거나 폭탄테러를 받았기 때문일거라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기자는 이에앞서 이날 상오 루프트한자 항공기속에서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을 겪었다. 50대의 독일 여승무원은 서울로 간다는 기자의 대답에 『매우 위험하다는데 반드시 지금 들어갈 필요가 있느냐』고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기내서 읽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지는 22일자에서 『북한의 불바다(SEA OF FIRE) 위협이 서울을 뒤흔들고 있다』는 제목아래 1·6·17면등 3개면에 걸쳐 한국 관련기사를 싣고 있었다. 이같은 보도때문에 한국인들은 심지어 공항면세점의 젊은 여점원들로부터도 적잖은 연민의 눈길을 받아야 했다.
반면 김포공항에 도착한뒤 기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무덤덤한데 또한번 놀랐다. 별일 없느냐고 조심스레 묻자 공항의 택시기사는 『북쪽친구들 입만 열면 「불바다」「피바다」아닙니까』라며 시큰둥하게 받아넘겼다. 그러면서 손님의 얼떨떨한 태도를 보더니 『며칠째 갑자기 외국인 관광객이 줄었다싶더니 이유가 있었군요』라고 덧붙였다. 때마침 라디오에서는 미국 유럽등 선진국증시에서 코리아펀드 주식값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결국 직접 피해자격인 우리 국민들은 태연한데 선진국 언론이 괜스레 호들갑을 떠는 통에 관광객이나 바이어의 발길이 줄고 대한투자위축등 경제 전반에 엉뚱한 주름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떨떠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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