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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오곡동서 10대째 농사 한사홍­혁균씨(가족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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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오곡동서 10대째 농사 한사홍­혁균씨(가족이야기)

입력
1994.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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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논·밭」 일구는 부자농군/“개발·UR에 땀밴 농토 떠날판” 서울 강서구 오곡동 130. 김포국제공항 서쪽담을 끼고 1백여 걷다보면 시원하게 펼쳐진 논과 밭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의 부자농군」이 도시의 유혹을 뒤로 하고 조선중기부터 10대째 이어온 농토를 일구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한사홍씨(69)와 1남5녀중 외아들인 혁균씨(35) 부자는 요즘 본격 농사철을 앞두고 묘판을 만드느라 하루 해가 짧기만 하다. 서울의 도시인들이 출근하느라 바쁜 시각, 이들은 이제 막 해빙을 시작한 들녘에 나가 온실 속 묘판에 정성껏 볍씨를 뿌리고 논두렁을 북돋우며 풍년을 기원한다.

 한씨 부자의 오곡동 논은 3천평 남짓. 일곱식구의 부식용으로 1천4백평의 밭도 가꾸고 있다. 아들 혁균씨가 중학교에 다니던 70년대초까지만 해도 수확한 쌀과 밭작물을 내다 팔면 가족이 살아가는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후 물가는 오르고 쌀값은 크게 떨어져 생계의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아들 한씨는 용산공고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지난 83년부터 농사를 도우면서 부업으로 섬유가공업을 시작했으나 농군이 천직인 때문인지 고전을 면치 못하다 91년에는 부천시 중동에서 운영하던 공장을 정리해야 했다.

 한씨는 주저않고 어려서부터 김을 매며 땀이 밴 농토로 돌아와 농사에 모든 정열을 쏟아부었다. 지난해부터는 살림걱정을 덜기 위해 경기 시흥시 논곡동에 논 1만평을 임대, 부자가 함께 오곡동을 오가며 땀을 흘려 왔다.

 농사규모를 늘린 덕분에 지난해에는 짧았던 일조량에도 불구하고 오곡동과 논곡동에서 평년의 90%수준인 쌀 4백50가마(2천만원 상당)를 거둬 들여 생계걱정은 잊게 됐다.

 그러나 한씨 부자는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가 최근 공항주변 개발을 위해 인근 거주민들을 95년까지 이주시키기로 방침을 정한것으로 알려지고 농민들을 고사시킬지도 모르는 우루과이라운드(UR)까지 타결돼 근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혁균씨는 『현재의 영농환경이 계속될 경우 조상앞에 사죄하고 피붙이 만큼 정성을 들인 농토를 떠날 수밖에 없다』며 『농군이 농군으로 남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눈시울을 붉혔다.【김동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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