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치열한 영업환경반영 서열변화 뚜렷/올 주총서 잇단 파격인사/임원 선정기준도 전문가형·현장형 중시 한 시중은행 인사에서 심사부장, 고객금융부장, 여의도지점장등을 거친 H씨가 얼마전 전산부장에 임명됐다. 이른바 「A급」점포장과 본점 주요부서장을 두루 역임해 승진서열 「1순위」로 꼽히던 H씨가 「한직」으로 인식돼온 전산부장으로 자리를 옮긴것을 두고 주변에선 『물먹은것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계속됐다. 그러나 경영진의 생각은 달랐다. 전례없는 파격인사이기는 하나 경영합리화의 최대과제인 전산망구축사업을 차질없이 매듭지으려면 가장 능력있고 경험많은 사람이 필요했던것이다.
금융환경의 급변속에 체질개선바람이 일고 있는 은행가엔 최근 부서간 「서열」변화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소외됐던 부서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한직」부서장에 「실세」들이 배치되는가 하면 과거 「힘」있던 자리의 위세는 오히려 줄고 있다. 은행의 「노른자위」 부서가 바뀌고 있는것이다.
H씨 경우처럼 은행요직의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인사는 지난 2월말 은행주총때부터 확연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예전같으면 「은행원의 별」이라는 임원이 되려면 시내 주요지점장과 종합기획·인사·여신기획·심사등 본부핵심부서장등 「임원필수코스」를 거쳐야 했지만 요즘와서는 이같은 불문율이 깨지기 시작했다.
새롭게 급부상한 요직부서는 전산부―. 금융전산망은 국내은행의 경쟁력 약화를 부채질하는 「아킬레스건」으로 경영합리화와 선진서비스체제구축의 필수조건이다. 올해 임원으로 승진한 장기신용은행 권동현이사는 전산부장출신이며 현 장상원정보지원(구전산)부장은 핵심포스트인 심사부장을 막 거쳤다. 이 은행에선 요즘 「전산부장은 예비임원 필수코스」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다. 이는 부서장 서열 1위자리인 종합기획부장에 윤강석사무전산부장이 임명된 상업은행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국제통」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올해 「별」을 단 신임임원중 천제혁상무(한일) 신중현상무(제일) 이원승·심옥섭이사(서울신탁) 송영필이사(외환) 최상현이사(동화)등이 현장감각과 이론을 겸비한 국제금융전문가로 꼽힌다.
시중은행 신임임원 20명중 30%가 국제통으로 채워진것은 국제화를 부르짖는 은행권의 최근 분위기를 잘 반영해주고 있다.
「영업맨」들도 임원진에 대거 포진했다. 한일은행의 신임 이정호상무와 허호기이사는 본점기획부서장은 거의 거치지 않고 일선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야전군」출신이며 시중은행 신임임원중 오세현상무·김유홍이사(제일) 은승기이사(서울신탁) 이용원이사(조흥) 서중석이사(동화)등도 내로라 하는 영업통으로 손꼽힌다. 영업전문가의 전면부상은 정부보호와 통제속에서 손익의식이 마비됐던 관치금융시대가 막을 내리고 은행들의 장사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이와 관련, ▲수신업무 ▲신용카드 ▲신탁증권 ▲홍보부서들도 갈수록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물론 종합기획부 인사부 자금부 심사부등 전통적인 「파워부서」의 인기나 업무중요성이 반감된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전산·국제·영업통 임원이 무더기로 배출된것은 요직·한직의 경계선이 없어지고 은행인사관리, 특히 고위임원 선정기준이 「마당발형」 「권력지향형」에서 「전문가형」 「현장중시형」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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