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방송서 보도… 권력승계 관심/당국선 “핵·경제실패로 시기상조” 다음달 6일 개최될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9기 7차회의를 앞두고 휴전선지역 대남확성기에 「김정일주석」호칭이 등장하는가 하면 김일성이 김정일의 군사지도력을 찬양했다는 보도들이 최근 다시 나오고 있어 이 회의에서 권력승계가 이루어질지 여부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병태국방장관은 지난23일 국회국방위 답변을 통해 지난 10일부터 22일까지 김정일을 주석으로 호칭한 대남방송이 27차례 전방에서 청취됐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중앙방송은 25일 김일성이 직접 교시를 통해 『김정일이 군을 일당백의 무력으로 강화했다』며 군사지도력을 재찬양했다고 보도했다.
비록 공식언론매체가 아닌 일선 군부대단위의 선전방송이기는 하나 최고인민회의 개최를 10여일 앞두고 김정일을 처음 주석으로 호칭하기 시작한 점을 관계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김일성은 현재 국가주석·당총비서·당군사위원장등 3개 핵심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중 주석직과 당총비서직중 하나가 이양될 경우 북한의 권력승계는 마무리되는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가까운 시일내에 이같은 권력승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게 정부관계자와 전문가들의 거의 일치된 관측이다. 군당국자는 북한군방송과 관련, 『일선 지휘관의 과잉충성에서 빚어진 돌출행동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도 김정일로의 주석직이양이 불가능할것으로 보는 이유는 우선 핵문제를 비롯한 대외·경제정책등이 난국에 빠져있으며 향후 당분간 호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18일 정치국회의 이후 각급 사회단체를 총동원하다시피한 각종 정치행사에서 「김정일시대 개막」등을 강조, 권력승계가 임박했다는 관측을 낳았었다. 그러나 12월8일 당중앙위 제6기 21차 전원회의와 9일부터의 최고인민회의 제9기 6차회의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경제의 실패를 공식시인하고 김달현전부총리, 한성롱, 박남기, 최태복, 김용순등 당정의 김정일측근들이 좌천, 탈락되는 결과를 낳았었다. 이때 북한은 향후 2∼3년간을 경제건설의 완충기로 선포했는데 이같은 시기에 권력승계가 이루어질 수는 없을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지난해 6차회의의 기조가 이어지면서 김정일측근에게 다시 심판을 내리는 결과가 나올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인사개편과 관련, 가장 주목되는것은 지난해 대남담당 당비서를 맡다가 당정치국후보위원에서 탈락되고 서열이 15위에서 26위로 격하된 김용순이 통일정책위원장직을 고수할것인가 여부. 최근 남북대화에서 나타난 북한동태로 볼때 김용순은 이 직책에서 해임되고 김중린당비서와 같은 보수세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4년 평북 벽동 출생인 김중린은 김영주가 당조직부장으로 무소불능의 권력을 휘두르던 지난69년4월 처음 대남담당비서로 기용된뒤 80년대말까지 여러차례 대남사업·공작담당비서, 통일전선부장등을 맡았고 한때 정치국위원을 지냈던 인물이다. 현재는 정치국후보위원에서조차 탈락돼 있으며 지난해 12월말 당시 나타난 그의 권력서열은 21위였다.
이밖에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지난해 표방된 농업·경공업·무역제일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경제정책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전국농업대회에서 발표된 김일성서한이 「전인민적 소유의 강화」등 체제고수적인 경향을 보인것으로 미루어 일부 보도됐던것처럼 중국식 개방노선이 전폭 채택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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