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큰 배우 김동원씨의 은퇴공연이 지난 25일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막을 내렸다. 마지막 무대에서 자신의 은퇴에 바쳐진 노래「그대 배우되어」를 출연진과 함께 부를 때 그는 눈물을 흘렸고, 객석의 올드팬들도 함께 울었다. 79세의 김동원씨는 그 무대에서 가장 배우다웠다.60여년동안 무대를 지키며 고단한 연극예술의 풍상을 이겨낸 그의 풍모는 중후하고 아름다웠다. 그가 없는 무대를 상상하자 가슴속으로 찬바람이 지나갔다. 관객들은 그가 단지 나이 많다는 이유로 무대를 떠난다는것을 납득할수 없었다.
공연이 끝났을 때 많은 사람들은 좀더 근본적인 의문을 품었다. 『그는 왜 저렇게 몸에 안맞는 옷을 입고 은퇴했어야 하는가』라고 관객들은 누구를 향해서인지 모르게 따지고 있었다. 모두가 다투어 「한 시대의 큰 배우」로 칭송했을뿐, 그가 어떤 무대에서 어떻게 팬들과 이별해야 하는지, 그 내용에 대해서는 모두가 무심했다는것에 우리는 뒤늦게 놀랐다.
『…배우는 등장 못지않게 퇴장도 중요하다. 몇년전부터 나는 어떻게 무대에서 내려올것인지에 대해 고심했다. 나이들어 국립극단에 머무는것이 후배의 자리를 차지하는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그러다가 이번에 비중있는 역할을 맡게 되자 은퇴할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온것에 감사했다』
그가 고별사에서 밝힌것처럼 이번 공연「이성계의 부동산」(이근삼작·김도훈연출)은 김동원씨의 은퇴작품으로 준비된 작품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 공연이 그의 은퇴무대로 아쉬움을 남긴것은 극작가나 연출가의 탓이 아니다. 그는 재산을 둘러싼 자식들의 싸움을 피해 복지원에 들어왔다가 자신이 조선조의 태조 이성계라는 환상에 빠져들어가는 한 노인역을 맡아 열연했는데, 그와 올드팬들의 이별을 흡족하게 적셔줄만한 김동원다운 무대는 아니었다.
극장로비에는 기라성같은 인사들이 보낸 화환들이 줄지어 그의 은퇴를 기렸다. 그러나 극장안에는 관객이 적어 쓸쓸했다. 막을 올리는 징이 울리면 많은 관객들이 일제히 고개를 뒤로 돌려 객석이 얼마나 찼는지를 확인하곤 했다. 대 배우의 은퇴공연이 너무 썰렁하지나 않을까 마음 조리는 분위기였다. 그의 은퇴공연은 로비를 꽉채운 화환들, 한산한 객석, 「대 배우」를 보내는 요란한 칭송, 「대 배우」의 개성과는 무관한 작품으로 치러졌다.
문화에 목마르던 시절 그의 연극을 통해 갈증을 풀었던 올드팬들은 그의 이런 은퇴를 거부하고 있다. 그는『영원한 햄릿이고 싶다』고 말했는데, 팬들은 그의 햄릿을 다시 볼 수 있으리라는 영원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번 공연을 「국립극단에서의 은퇴무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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