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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 대폭수정 몰랐나 숨겼나/이 내각 「말의 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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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 대폭수정 몰랐나 숨겼나/이 내각 「말의 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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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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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협상 고집은 고립자초·망하는길/이행계획서 일자일획도 못고친다/쌀개방 절대불가-불가노력-최소화” 『쌀시장만은 절대로 지키겠다』는 정부의 호언이 실언으로 추락된 때가 지난해 12월. UR협상과정에서 「절대불가」는 「불가노력」으로, 막판(12월15일)에는 「최소개방」으로 변했다. 당시 국민들은 쌀시장개방 보다 정부의 거짓말에 더 분노를 느꼈다.

 그로부터 석달밖에 지나지않은 지금, 국민들은 또다시 정부의 식언에 격노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재협상요구에 『일자, 일획도 고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심지어 일부 당국자들은 『국제조약의 ABC를 모르는 사람들의 어거지』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정부가 제출한 농산물분야 최종이행계획서는 일획정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변해 있었다. 그것도 미국과의 재협상으로 농산물개방을 추가로 양보한 내용이었다. 『UR합의안은 손댈 수 없다』고 큰 소리쳤던 당국자들은 뭐라고 변명할지….

 변명을 해야할 사람들에는 이회창국무총리도 끼여있다. 이총리는 2월22일 임시국회 본회의답변에서 충정론을 펴가면서까지 재협상불가를 밝혔다.

 『재협상 여부는 내각으로서도 고민이다. 관계장관들과 모여 가망성이 없다 해도 재협상을 재개해 볼 여지가 없는가도 논의해 보았다. 그러나 결론은 역시  불가였다. 농민의 아픔과 고통을 왜 저라고 모르겠는가. 국가가 재협상을 하자면 적어도 그 문제가 법적이나 사실상으로 가능해야한다』

 이에 앞서 이총리는 2월4일 집무실로 찾아온 민주당의 홍영기 김봉호 김영진의원에게 『협상 당국자들에게 재협상검토를 지시했으나 전혀 불가능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경제총수인 정재석경제부총리도 예외가 아니다. 2월7일 국회UR특위에서 정부총리는 『잠정합의안의 변경은 불가하고 추가개방의 협상만이 가능하다』는 호다 GATT사무차장의 서한을 재협상불가의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미국은 잠정합의안의 무관세화품목을 재협상과정에서 관세화로 바꾸는 축소조치를 해 우리정부의 논리를 뒤엎었다. 김원길의원(민주)은 『호다의 서한도 예외적으로 협상안의 골격에 지장을 주지않는 범위내에서 작은 조정(MINORADJUSTMENT)은 가능하다고 언급하고있다』고 공박했다. 이 「작은 조정」이 재협상의 여지를 열어놓고 있었고 이를 자국에 유리하게 이용하는것이 바로 협상력이라는 주장이다.

 주무책임자인 김량배농림수산부장관은 물어보나 마나이다. 김장관은 2월말 임시국회의 농림수산위에서『한자도 고칠 수 없다』고 절대불가입장을 고수했다. 김장관은 『7년간에 걸친 UR협상이 완전 타결된 현 시점에서 이행계획서 일부 항목의 공란제출이나 재론은 1백17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협상을 완전 부인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장관은 2월14일의 농림수산위에서 이행계획서의 비공개회의보고를 약속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바람에 해임건의안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각료들이 불가론만을 외치니 김영삼대통령도 같은 자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2월15일 충북도업무보고 자리에서 김대통령은 재협상에 언급, 『그같은 선택은 고립을 자초, 아주 망하는 길이다』고 말했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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