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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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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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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이 있다. 지금 경찰청 사람들은 이 말을 되십으며 입이 쓸지도 모르겠다. 도박판 판돈을 가로채고, 열차 잡상인을 묵인한 대가로 돈을 받은 몰염치가 드러났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것 같다. 그래도 「소귀에 경 읽기」같은 소리나마 할말은 하고 넘어가야 할것이다. ◆고래로부터 우리는 예를 존중해 왔다. 이 말은 양보와  극기를 뜻하며 공존의 사회질서를 의미하기도 한다. 예의 참 뜻은 강직이다. 예가 아닌것은 보지도 말고(물시) 듣지도 말고(물청) 입에 담지 않고(물언) 움직이지도 말라(물동)고 했다. 옛말이라고 무조건 고리타분하다고 외면할게 아니다. ◆경찰의 사명과 책임이 치안 즉 질서유지라면 자기 기강부터 확립해야 마땅하다. 기강은 또 무엇인가. 예와 다를바 없다. 자기를 이기고 모든 사람의 평온을 위한 질서의 유지가 아닌가. 그렇다면 자기부터 다스릴줄 알아야 한다. 도박과 불법에 눈 감고 더 나아가 손까지 벌리면 더 할말이 없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이 문민정부 출범때부터 나왔다. 사정개혁은 있었으나 의식개혁은 아직 멀었다. 좀체 아래로 확산되지 않는다. 여러 갈래로 나타난 조사결과다. 서비스행정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게 실효를 거두려면 얼마나 시일이 걸릴지 예측조차 어렵다. 극소의 부분적인 일을 전체로 외연시키는 과오는 삼가야 하지만, 우리 경찰의 의식은 아직도 신뢰를 찾기엔 미흡한게 분명하다. ◆어려운 처지에 이르면 고충을 이해해 달라는 푸념만 늘어 놓는 버릇을 안고치면 「어물전 망신」은 계속 생길 수 있을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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