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의 회담은 양식을 지닌 정상적인 사람들과의 협상이 아니다. 그들은 예의도 없고 규칙도 무시하며 오직 증오속에 상대방 비방과 거짓 선전에만 열중할 뿐이다』 ◆이 말은 1965∼6년중 판문점군사정전위 유엔측수석대표를 지낸 W·P·야보로 미군소장의 체험담이다. 정전위의 북한대표중 가장 오래 재임한 박중국소장은 험구와 독설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도 오랫동안 공산주의 이론을 연구한 야보로소장이 부임하자 기를 못폈다. ◆야보로의 주특기는 「눈에는 눈으로」식의 정면강공방식. 어느날 박이 『미국이 박정희도당과 짜고 남한을 지옥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하자 그는 『과거 주동독대사관에 근무했던 당신은 베를린장벽이 지옥쪽의 인민들을 못들어오게 한 것인지, 공산주의낙원쪽 인민들의 탈출을 막으려 쌓은 것인지 한국휴전선과 함께 설명해보라』고 반박했다. 촌철살인격의 경구와 비유로 인해 번번이 혼이 난 박은 이따금 회의를 기피하기까지 했다. ◆지난19일 8차남북실무접촉때 북측 박영수대표의 「서울을 불바다로 만든다」는 폭언과 관련, 남측대표의 대응자세를 놓고 얘기들이 분분하다. 일부에선 야보로처럼 책상을 치며 「평양도 잿더미가 될 것」이라고 반격했어야 하는데 너무 점잖게 대했다는 것이고, 다른측에서는 함께 흥분하고 극언을 퍼부었으면 저들의 계략에 말렸을 것이라며 『자제한것은 잘한일』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이번같이 북이 예의를 무시한채 전쟁위협의 직격탄을 퍼부은것은 처음이지만 사실 70년대이후 각종 접촉서 단편적인 공갈성 발언은 여러차례 해온게 사실이다. 문제는 북의 「막가는」식 태도가 휴전4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야보로장군이 있었다면 어떤 묘방과 비책을 들려줬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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