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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드러낸 협상력 빈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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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드러낸 협상력 빈곤(사설)

입력
1994.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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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력불족이었다. 우루과이 라운드(UR)협정본회담에서도 드러났듯이 이번 우루과이 라운드 이행계획서 검증협상에서도 우리나라는 협상력에서 커다란 한계점을 나타냈다. 우루과이 라운드같은 세계적인 협상에서 어느 나라이건 자신들의 주장을 1백% 관철시킬 수는 없다. 바꿔말해서 미국같은 세계제1의 경제대국도 세계무대를 입맛에 맞게 좌지우지할 수 없는것이다.

 한국과 같은 신흥공업국으로서는 사실상 영향력이 미미하므로 협상에서 취약할수밖에 없다. 이것은 한국의 국력과 경제력이 세계의 정치·경제 강대국들과 맞설수없는데 따른것이다. 우리도 이점은 이해한다. 우리나라가 갖고있는 본질적인 한계인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러운것은 협상방식과 절차에 대한 무지와 주요협상상대자인 미국·EU(유럽국가연합)등의 입장이나 그들의 협상전략·전술에 대한 정보의 결여 및 오판등으로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유도할 수 있었을 협상을 그르쳤다는 것이다.

 이번의 UR이행계획서는 지난연말에 GATT(관세 및 무역에관한 일반협정)회원국사이에 합의한 UR협정을 바탕으로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서다. UR협정에서 불리한것을 다소라도 줄여보자면 이 이행계획서를 지혜롭게 작성, 회원국들의 검증에 통과해야 하는것이다. 우리측은 국영무역대상품목 1백18개품목지정, 종량세대상품목 97개품목지정, 쌀수입1차연도(95년도)의 최소수입물량 5만1천3백7톤으로 산정, 92년도 국별이행계획서에서 기준세율만 제시하고 양허하지 않은 1백2개품목에 대한 기준세율인상등 의욕적인 제안을 했었다.

 그러나 협상은 상대가 있는것이므로 제안은 의지보다는 상대를 꼼짝못하게 할수있는 합리성과 설득력이 중요한것이다. 우리의 통상협상은 흔히 우리의 「의지」와 「사정」만을 앞세우는 병폐가 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서 일방적인 요구만을 내세운다면 협상에서 실패하는것은 물론 신뢰성을 잃기 쉽다.

  정부가 국영무역대상품목으로 요구한 1백18개품목가운데 92개 품목이 반영되기는 했으나 미국측이 관심을 갖고있는 돼지고기, 닭고기, 전지분유등 26개품목은 제외됐다.

  종량세대상품목도 97개품목중 63개품목이 반영됐으나 역시 파인애플, 오렌지, 자몽, 포도, 사과등 미국의 요구품목등 34개품목은 빠지게 됐다. 우리측은 92, 93년도 국별이행계획서 제출에서 국영무역품목을 제시하지 않았고 종량세·종가세 병행품목을 13개만 요구했었던것이다.

 한편 쌀에 대한 우리측 입장을 관철한것은 성과라 하겠다. 이제는 타격이 예상되는 농수산물과 축산물에 대한 대책에 최선을 다하는 일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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