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사견빌어 “협상재개” 눈길 지난 19일 판문점에서 북한대표의 「불바다」발언으로 대화해결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난 북한핵 문제가 다시 대화의 가시권으로 회귀할수있을것인가. 국제원자력기구(IAEA)특별이사회가 북한핵문제를 유엔에 보고한 이후 한미등 국제사회는 대북제재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모습이었고 북한은 이에대해 『선전포고로 알겠다』며 맞서고 있었다.
이같은 「극한의 대치」속에서 한반도 주변 여러 곳에서는 대화의 필요성을 시사하며 그 방법까지 조심스럽게 제시되고있어 주목을 끌고있다. 특히 북한은 「사견」의 모양을 빌려 대화재개를 은근히 바라는 듯한 시사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러시아는 24일 외무차관의 입을 통해 『북한이 IAEA의 핵사찰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유엔의 결의안을 지지할 준비가 돼있다』는 전제아래 『북한핵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관련당사자들 간의 8자(남북한·미·일·중·러시아·IAEA·유엔)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다. 같은날 주일미국대사는 『미국은 지금도 북한에 선택의 여지를 제공하기 위해 교섭하고있다』고 말해 북미간의 막후교섭이 진행중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또 북한의 유엔대표부 당국자는 23일 『미국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확약하면 중단된 북미협상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것으로 전해지고있다. 클린턴미대통령은 25일 『대화냐 제재냐의 선택은 전적으로 북한의 태도여하에 달려있다』고 말해 북한에대한 국제적 대응이 아직은 「유보상태」임을 시사했다.
특히 관심을 끌고있는것은 러시아가 제안한 「8자회담」. 러시아는 유엔 5개상임이사국중에서 프랑스와 영국 다음으로 북한핵에대해 강경한 입장을 갖고있었던것으로 알려졌었다. 북한핵문제가 결렬된 직후 코지레프외무장관은 하타일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태도에대해 강한 실망감을 표시한 적이 있다. 미국은 더한 「감정」을 폭발시킨 바가 있다.
따라서 러시아의 제의 및 클린턴대통령의 시사와 관련,▲북한이 러시아를 매체로 대화재개를 위한 눈치를 살피거나 ▲최근 북미간에 모종의 교감작업이 진행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들이 일고있는것이다.
러시아의 경우 당초 대북강경론이 우세했으나 최근 보수세력(친북인사그룹)을 중심으로 유엔의 제재를 반대하며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일고있다는것이 정부관계자의 설명이다. 따라서 「8자회담」제의는 러시아정부의 대내용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국제적 공조의 문제에서 볼 때 결코 소홀하게 넘겨 버릴수 없는 제의로 보인다.
클린턴대통령의 시사 역시 『대화와 제재를 병행한다』는 미국의 일반적인 방침을 천명한것으로 보기에는 그 시기가 미묘하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은 그동안 항상 『북한과의 「간헐적인 의사교환」은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의 발언은 상당수준의 의사교환을 전제로 나온것 같다는것이다. 최소한 같은 수준의 의사교환을 위한 「역제의」의 성격은 담고있다는 분석이 높은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에대해 『북한을 향해 여전히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것은 한국과 우방국들의 일관된 입장』이라면서 『북한이 스스로 이를 포기한 상태에서 우리가 검토할 수 있는 대안은 국제적 공조에의한 「압력」밖에 있을 수 없다』고 일관되게 밝히고있다. 그러나 또다른 당국자가 『한미양국이 제재를 전제로 하면서도 대화준비를 해두는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하고있는 대목은 눈여겨 봐야할 상황인 듯하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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