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등 강대국 공조체제에 초조/“한반도 영향력 유지” 실익노림수 러시아가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해 뒤늦게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러시아는 24일 유엔안보리의 대북한 결의안초안 검토가 진행되는 시점에 남북한을 비롯, 관련국 8자회담을 제의하면서 북핵문제해결을 위한 외교활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반도주변의 4대강국의 하나이면서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북핵문제와 관련, 소외감을 느껴왔다. 나머지 4대강국 가운데 미국은 북한핵문제 해결을 주도해왔고 일본도 나름대로 미국과의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안보리 거부권을 갖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러시아는 자국의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경우 자칫 앞으로 전개될 국제적 공조체제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뿐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이 감소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었다.
러시아가 23일 외무부 성명에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잔류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재사찰 수락을 촉구하는 안보리결의안 초안에 대해 지지의사를 밝힌것은 미국주도의 국제공조체제를 의식한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또 그동안 NPT체제와 IAEA등에서 일관되게 협력을 유지해왔던 관련국가들과 함께 북한의 핵개발의도를 결코 좌시치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러시아가 북한핵문제를 NPT체제와 IAEA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강조해 온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북한핵문제가 현재 유엔안보리에 상정된 이상 러시아는 상임이사국의 입장에서 IAEA 다음 수순으로 유엔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의식한것으로 분석된다. 핵강국으로서 현재의 핵관리체제 고수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국제적 영향력을 동시에 고려한 입장표명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의 또다른 노림수는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의 유지이다. 성명에 포함된 남북한의 상호내정 불간섭과 안전보장등은 중국과 북한이 그동안 주장해 온 대목들이어서 러시아가 중국과 북한의 입장을 동시에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 엿보인다.
러시아의 기본외교정책은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기는 하지만 북한을 결코 무시하거나 외면해서는 안된다는것이다. 러시아는 구소련의 승계국으로 북한과 군사협력조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한소수교이후 관계가 냉각됐지만 현재는 어느정도 회복된 상태이다. 따라서 러시아는 강화된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을 의식, 점차 북한의 주장을 전적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수용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같다.
또한 러시아는 일방적인 친서방노선을 추구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돼 자국의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정수준의 공조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인식한 것같다.
따라서 러시아의 이번 제안은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리는 포석이다. 특히 러시아는 구소련시절부터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적극적으로 주창해온 만큼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미국 중국의 주도가 아닌 관련당사국과 유엔·IAEA등이 모두 참여하는 8자회담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유엔을 통한 압력과 제재」를 고수하고 있어 러시아의 8자회담 제의가 실효성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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