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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총리 오늘 취임 100일/「역할한계」 넘어 실세화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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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총리 오늘 취임 100일/「역할한계」 넘어 실세화 포석

입력
1994.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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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국정운영 철학 표명­자문기구 구성/내각감독 암행감사반 조직 업무 장악도 새정부출범이래 줄곧 관심권의 중심을 떠나지 않았던 이회창국무총리가 26일 취임 1백일을 맞았다. 이총리의 총리1백일 역시 총리실의 풍속도를 바꾸면서 숱한 화제를 양산했지만 총리실에 국정운영의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는데는 별다른 이론이 없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이총리의 실세화 포석으로 이어진다는게 중론이다.

 요즈음 총리실간부나 장차관중엔 총리집무실에 들어가면 할말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고 고백하는 사람이 많다. 『스스럼없이 말하라』는 이총리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주눅이 든다는것이다.

 국무회의 풍경도 마찬가지이다. 국무위원간의 토론을 활성화하자며 이총리가 회의날짜를 바꿨지만 도리어 발언빈도가 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이총리특유의 논리정연함과 빠른 상황판단력, 치밀함이 참모나 장관들에게 『잘못 말했다가 본전도 못찾는다』는 생각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부나 장차관들이 이총리를 어려워하게된 보다 깊은 배경은 딴데 있다. 총리실간부나 장차관들은 『역대총리들이 대통령중심제 아래서 총리역할의 한계를 십분 의식해 스스로 알아서 처신했으나 이총리는 헌법이 보장하고있는 총리 본래의 영역을 굳게 다지면서 드러나지 않게 자신의 입지도 넓혀가는 놀라운 조직장악력을 지니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이 얘기는 이총리가 각 부처 업무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총리실 주변에선 그 실례로 취임후 이총리가 행한 3가지 포석을 꼽는다. 얼핏 대통령의 신임, 대중적 인기확보등이 떠올려지지만 참모들이 꼽은 이총리의 「실세화포석」내용은 상당히 다르다. 대통령과 별개의 국정운영철학표명, 독자적인 정책자문기구구성, 내각의 실질적 감독을 위한 정책암행감사반의 조직등을 들고 있다.

 이총리는 지난 2월 임시국회의 국정보고에서 『국정의 기초는 무엇보다 법과 질서의 유지』라고 주장했다. 이총리의 「법과 질서」철학은 법관으로 구축한 자신의 상징성을 총리재임중에도 그대로 살려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 8일 소리소문없이 자신의 정책자문기구로 국제화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킨것도 주목된다. 취임후 줄곧 독자적인 싱크탱크를 갖고자 했던 이총리는 국제화를 주창한 올해초의 정국분위기를 적절히 활용, 소문나지 않게 이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김경원사회과학원장이 위원장에 위촉됐고 이어녕전문화부장관 김호길포항공대총장 김달중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 김세원서울대교수 서경석경실련사무총장등 위원들의 면면이다.

 이에 앞서 이총리는 국장1명 과장1명이 맡아 유명무실하던 총리실의 정책평가기능을 4개과로 확대해 부처에 대한 업무장악을 제도적으로 확보했다. 총리실에선 이곳이 부처의 아킬레스건을 파헤치는 「총리실의 감사원」이라고 부른다. 이총리는 이처럼 간단치 않는 모습으로 취임 1백일을 맞고 있다.【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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