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고친다 할땐 언제고” 격앙/민주/“정부신뢰 또 먹칠” 비준 고심/민자 정부가 25일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의 농산물분야 이행계획서를 가트에 제출하면서 개방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지자 정치권의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민주당은 이날 정부가 미국의 압력으로 지난해말의 UR합의안을 수정, 농산물개방을 추가 양보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도덕성도, 위민사상도 없는 정권』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민주당은 특히 정부 여당이 그동안 『가트규약상 UR합의안은 일자일획도 고칠수 없다』며 야당과 농민단체의 추가협상요구를 일축했던 사실에 배신감마저 느끼는 분위기다. 미국의 압력이 거세 수정이 불가피했다면, 정부는 그 사정을 밝히고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재협상의 양보에 대해 『가트 규약상 개방축소의 수정은 불가능하고 확대만이 있을 수 있다』고 변명한 것도 민주당을 격노케하고 있다. 민주당은 『가트규약에는 그런 규정이 없고 호다부총장의 서한에 그같은 내용이 있긴하나 그 서한에도 예외가 인정된다는 문구가 있다』(김원길의원)며 공박했다.
박지원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국민을 무시하는 정부는 있을 수 없다』 『김영삼대통령은 또 한번 국민을 속였다』고 민주당의 격앙된 감정을 표출했다.
이런 분위기는 민주당의 향후 행보를 가늠케하고 있다. 이날 구체적인 당론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강경한 자세를 취하리라는 전망은 어렵지 않다. 민주당은 궁극적으로 UR비준저지투쟁에 당력을 집중하겠지만 이에 앞서 정부 여당의 부도덕성을 규탄하고 관계부처장관의 사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련 경제부처장관들에 대해서는 「국민을 속이고 최선의 협상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우선적으로 사퇴공세를 펼칠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선 농민단체등과 연대해 정부를 구석으로 모는 강공을 구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북한핵문제로 한반도정세가 긴장국면을 띠고 있음을 감안, 정국을 극도로 경색시키는 대응을 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민자당은 UR이행계획서의 막판 수정내용이 「협상기술적인 문제」일뿐 당초 골격에 변함이 없다는 정부입장을 두둔하면서 오히려 관계부처가 자신있게 대국민홍보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불만스럽다는 표정이다. 눈앞의 「농민정서」등만 의식, 소극적이고 비공개적인 자세로 일을 처리하다 보니 오해와 의혹만 낳고 마치 우리가 대단한 「불이익」을 본것처럼 비친다는 주장이다.
김량배농림수산부장관은 이날 상오 당3역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수정계획서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으며 이세기정책위의장은 『정부의 홍보기술이 부족한 점은 있었을지 몰라도 내용이 왜곡된 것은 없으며 예상보다 더 얻은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공식입장과 달리 당지도부는 내심 여론동향을 주시하며 오는 7월께의 국회비준때 적잖은 파란이 있을 것을 우려하는 눈치인데 『협상기술상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겠지만 당초 이행계획서를 일자일획도 고칠 수 없다고 하던 입장을 어쨌든 뒤집은 셈이 돼 신뢰성이 또 한번 실추됐다』고 우려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또 『지난해 쌀개방파동때도 그랬지만 대통령이 외국순방에 나설때마다 민감한 UR문제가 터져 징크스마저 느끼게 한다』면서 『지역활동등을 통해 간신히 달래놓은 농심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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