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확실한 약속못받고 낙관/“쌀지키려 타부문 양보” 해석도 우리나라의 우루과이라운드(UR) 농산물분야 이행계획서(C/S)가 최종검증과정에서 대폭 수정돼 농산물시장개방의 피해가 예상보다도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에 C/S를 제출하기 직전에도 우리나라의 C/S가 UR협정문및 주요이해당사국과의 협의결과와 일치하기 때문에 수정은 없을것이라고 강조했으나 미국등 이해당사국들의 「힘」에 밀려 변변히 협상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또 막판에 굴복하고 만것이다.
우리나라의 이행계획서는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검증과정에서 여기저기 빈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등 10여개 이해당사국들은 관세율수준이 높고 종량세의 적용품목이 너무 많으며 국영무역대상품목의 선정도 당초 약속과는 틀린다는등 수많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같은 이의제기로 결국 우리나라는 지난 11일 제출한 이행계획서의 상당부분을 이들이 요구하는대로 수정할 수 밖에 없었으며 이는 결국 농민들의 부담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우선 국영무역을 통해 부과금을 징수할 수 있는 품목이 당초 계획했던 1백18개 품목중 21개 품목이 제외됨으로써 이들 품목의 수입급증이 예상되고 있다. 이들 국영무역제외품목은 돼지고기 닭고기 전지분유 참기름 등 주요 농산물들이다. 국영무역이란 정부가 수입을 주도하면서 상품의 수입가격에 관세 및 수입제비용과 적정이윤을 부과한 가격 즉, 수입원가와 국내도매시장 경락가격과의 차이를 부과금으로 징수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런데 참깨의 경우 국제가격에 비해 국내가격이 11배나 비싸기 때문에 참깨와 호환성이 있는 참기름에 부과금을 물리지 않는다면 국내 참기름 시장은 외국산에 모두 잠식될 전망이다. 돼지고기 닭고기 유제품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예견되고 있다.
미국등은 UR농산물 협정문에 국영무역에 대한 규정이 없으며 GATT의 규정도 수입제한을 목적으로 한 국영무역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 국영무역의 철회를 촉구했다. 협상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우리나라가 지난해 UR에서 미국측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더라면 국영무역 대상품목을 이처럼 축소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종량세를 부과할 수 있는 품목도 97개를 대상으로 정했으나 이번 검증과정에서 34개가 철회되고 63개만 남게 됐다. 종량세란 가격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종가세와 달리 부피나 무게에 따라 관세를 적용하기 때문에 값싼 농산물의 수입을 억제하는데 효과가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미국등 이해당사국들은 92년 4월과 93년 12월15일에 제출한 이행계획서상의 종량세 부과품목은 13개에 그치고 있다면서 그후 아무말도 없이 97개로 대상품목을 확대하는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파인애플 오렌지 자몽 포도 사과 분유등 미국이 관심있는 품목의 대부분이 종량세 적용대상에서 제외된것이다.
이행계획서상의 관세양허품목 1천3백12개중 3백54개품목에 대해 관세율을 92년 4월에 제출한 이행계획서의 수준으로 환원한것도 우리나라의 취약한 협상력을 입증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검증과정에서 지난 11일 제출한 이행계획서의 내용보다 후퇴한 것은 쌀시장개방의 확대를 요구해온 미국이 이를 철회한 대가가 아니냐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협상의 내용이나 과정이 어찌됐든간에 UR수정이행계획서를 GATT에 제출하게 됨에 따라 농산물시장의 개방내용이 확정됐다. 이제 정부나 농민들에게는 밀려올 외국 농산물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박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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