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과 아키히토(명인)일왕은 24일 김대통령 숙소인 영빈관에서 『반갑습니다』라며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가자는 한일 양국간의 상징적 악수이기도 했다. 아키히토일왕은 그날 저녁 김대통령을 위한 궁전 환영만찬에서 과거사문제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발언을 했다. 우리측이 그 언젠가처럼 일본말을 우리국민 감정에 맞게 우리말로 적당히 번역한게 아니라 일왕이 자기네 말로 분명히 「반성」이라고 했다.
김대통령은 25일 도쿄주재 한국특파원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일왕의 사과발언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솔직한 마음으로 받아 들인다』고 평가했다. 김대통령은 『과거의 사과발언은 사전을 찾아 보아야 뜻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애매했는데 이번에는 아주 알기 쉬운 말로 솔직하게 표현했다』고 만족을 표시했다. 어느 일본기자는 아키히토일왕의 평소 태도로 보아 전날 김대통령이 궁성으로 예방했을 때 공식언사보다 더 「솔직한」얘기를 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양국의 지도자들이 이처럼 주고 받은대로 한일 두나라가 과거의 앙금을 씻고 앞으로 나가는 일은 이제 많은 부분이 양국 국민들 몫이 된 것같다. 우리로서는 쉬우면서도 어려운 말이지만 과거를 용서하되 잊지는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대통령은 25일 일본국회 연설에서 일본국민에 대해 『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해 역사의 교훈을 살려나가는 용기가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이 말은 고스란히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것이다. 반면 일본 국민들은 우선 한국민들이 일방적 피해로 점철된 과거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허심탄회하게 깨닫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무조건 잊으라고 할 수는 없다는것을 알아야 한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는 잘못을 저지른 쪽이나 당한 쪽에나 마찬가지의 「자계」일게 분명하다. 두 나라 정치지도자들이 솔직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외교적 발언」으로 다짐한 성숙한 동반자관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양국민의 노력이 얼마나 있어야 할까를 다시금 생각해본다.<도쿄에서>도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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