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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으론 아키히토 「반성」 첫 사용/일본,대한 사과 발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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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으론 아키히토 「반성」 첫 사용/일본,대한 사과 발언사

입력
1994.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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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후 정상 회담때마다 초점/90년「통석의염」해석 신경전도 아키히토 일왕은 24일 일본왕궁에서 있은 김영삼대통령을 위한 만찬사에서 과거사와 관련, 전보다 다소 진전된 표현을 사용했다. 아키히토일왕은 지난90년 5월24일 노태우대통령 방일당시 「통석의 염」이란 표현으로 대한사과를 했던 사실을 상기시키고 『지금도 변치 않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아키히토일왕은 이와 함께 『전후 우리나라 국민은 과거의 역사에 대한 깊은 반성에 입각하여 귀국 국민과 흔들리지 않는 신뢰와 우정을 쌓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일왕이 「반성」이란 어구를 사용한것은 처음이며 이 점에서 과거사발언은 「다소 진전」된것으로 볼수 있다는것이다.

 과거사에 대한 사과의 수위와 이의 수용을 놓고 한일간에 벌어진 줄다리기는 지난 65년 국교정상화이후 양국간의 정상외교가 있을때마다 항상 관심과 논란의 초점이 돼 왔다. 그간 일본은 일왕 또는 총리차원에서 여러차례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는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그때마다 뭔가 「미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것도 사실이다. 이는 이 문제가 양국 국민의 자존심과 양심이 걸린 미묘한 문제이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수사에 그치지 않고 양국간 과거사의 실질적인 정리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임을 반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지난해 11월 일본 연립내각의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총리가 김영삼대통령과 경주에서 정상회담을 가질때 행한 「진사」(진사:사전적 의미로 까닭을 말하며 사과한다는 뜻)발언이 가장 진전된 사과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때 호소카와총리는 정치개혁을 부르짖으며 자민당정권을 무너뜨린 「뉴 리더」답게 일제가 우리나라에 강요했던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조목조목 들어가며 『일본은 가해자로서 우리가 한 일을 깊이 반성하며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진사드리는 바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호소카와총리의 이 발언도 피해자를 「한반도 여러분들」이라고 함으로써 북한을 의식한 흔적을 보였고 표현자체에 대해서도 「다른 표현을 잘못 알아들은것」이라는 논란이 뒤따랐다. 이보다 앞서 가장 많은 논란이 있었던 표현은 바로 「통석의 염」이었다.

 90년 당시 아키히토일왕의 발언에는 우리측의 요구대로 피해자와 가해자, 사과의 주체가 명시됐으나 문제의 「통석의 염」의 해석을 둘러싸고 양국간에 적지않은 신경전이 벌어졌다. 당시 일부에서는 이 표현이 현대에는 잘 쓰이지 않는 일본식 표현으로 단순한 유감의 뜻을 수사적으로 포장한데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유감의 뜻은 한일간에 국교가 정상화된 시점에서부터 계속 되풀이돼온것으로 「마지 못해」한다는 인상을 우리 국민들에게 줌으로써 분노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65년2월 한일회담공동성명에서 시나외무장관은 「한국민의 대일감정에 유념하고 이에 유감」이라고 했고 지난 84년 전두환전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때 당시 히로히토일왕도 「불행한 역사가 있었던것은 유감이며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선에서 그쳤던것이다.【고태성기자】

◇65년이후 대한 사과발언록

◆시나 외무장관(65.2.20 한일회담):양국의 불행한 관계에서 연유하는 한국국민의 대일감정에 유념하고 깊이 반성하는 바이다.

◆나카소네 총리(83.1.11 방한만찬답사):과거에 불행한 역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로서 우리는 이것을 엄숙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히로히토 일왕(84.9.6 전두환대통령 방일만찬사):우리는 귀국과의 교류에 의해 많은 것을 배웠다.그런데도 금세기의 한 시기에 있어서 양국간에 불행한 역사가 있었던 것은 유감이다.

◆나카소네 총리(84.9.7 전대통령 방일오찬사):우리의 잘못에 깊은 유감을 새기고 장래에 이런 일이 없도록 굳게 결의하고 있다.

◆야키히토 일왕(90.5.24 노태우대통령 방일만찬사):일본에 의해 초래된 과거 불행했던 시기에 귀국의 국민들이 겪으셨던 고통을 생각하여 본인은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

◆가이후 총리(90.5.24 노대통령과 정상회담):우리의 행위로 견디기 어려운 고난과 슬픔을 체험하게 된 데 대해 겸허히 반성하며 솔직히 사죄를 드리고자 한다.

◆가이후 총리(91.1.9 방한만찬답사):과거를 잊지 않고 그 반성을 현재에 살림으로써 미래를 향한 시야가 열릴 것이다.

◆미야자와 총리(92.1.16 방한만찬답사):일본은 반성하는 마음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며 귀국 국민께 반성과 사과의 뜻을 말씀드린다.

◆호소카와 총리(93.11.6 김영삼대통령과 정상회담):과거 우리의 식민지지배시절에 한반도의 여러분들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강요한데 대해 가해자로서 우리가 한 일을 깊이 반성하며 이번 기회에 다시한번 진사드리는 바이다.

◆야키히토 일왕(94.3.24 김영삼대통령 방일만찬사):몇년전(90년5월) 한국민에게 다대한 구난을 끼친점에 대해 매우 슬픈 마음을 표명한 적이 있지만 지금도 변치않는 마음이다.우리나라와 국민은 과거의 역세에 대해 깊은 반성에 입각하여 한국국민과 실뢰를 쌓기 위해 노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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