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주 「검은 치마…」 등 5작품 20대후반에서 30대까지의 젊은 무용가들은 무슨 실험을 하고 있을까. 다섯 작품을 관람했다.
새남 무용제전 조성주 안무 「검은 치마를 위한 변주」와 컨템포러리 무용단의 박은영 안무 「기대, 그리고 후회」 윤종옥 안무 「갑자기 일을 잃어버린 사람」은 두 단체의 개성의 차이가 드러난다.
컨템포러리가 온건하다면, 새남은 과격한 편이다. 조성주는 남자와 여자의 성에 대한 개념, 혹은 일반적 편견을 춤에 중화시킨다. 검은 치마를 입고 춤추는 6인무에서 히프를 들어올린 남녀가 몽당나무처럼 무대 바닥에 심어져 있거나 치마 사이로 다리들이 노출된다. 성의 구분이 없는 즉물화된 포즈뿐이다.
「아베마리아」 2인무는 박호빈이 마주리를 시계바늘 방향 상하좌우로 돌리지만, 다음에는 여자 셋이 남자 셋을 팔에 안고 나와 돌린다. 무의식의 저편,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성의 구조는 다르더라도 모두가 인간임을 힘주어 강조하는게 조성주의 발언같다. 검은 치마 속에 은폐된 그로테스크한 다채로운 발상의 실험춤이다.
윤종옥은 네 사람의 실업자들이 얼마나 정신적·육체적으로 고단한가를 보여준다. 일하고 싶어도 그들은 갈곳이 없다. 음악도 「표류」이다. 두 사람의 연극배우를 끌어들인 4인무는 다배달 나갔다가 그들 실업자들과 마음이 상충하는 정정아의 발랄함이 돋보인다. 연극적 장치가 춤 본연으로 활력을 되찾고 있다.
정정아는 「기대, 그리고 후회」에서도 오재원과 난도높은 2인무를 추었다. 온건하다는 것은 75년 창단 이후 컨템포러리 무용단의 전통의 계승이나 다름없다. 박은영의 솔로가 계속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우리에게 기대는 무엇이며, 기대가 무산되었을때 패기에 넘쳤던 실망은 어떤 것인지 증언한다.
끝장면에서 그들은 자신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친다. 답답함을 이겨내는 궁여지책의 메시지는 전달된다.
유공자의 「소유의 굴레」 김희진의 「포옹」도 삶을 적응해나가는 방법적 모색이라면 다섯 작품에서 요즘 젊은 안무가들의 춤·윤곽이 드러난다. 조성주의 거친 맛 속의 신선함, 박은영은 질의자로서 제 몫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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