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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관위의 솜방망이/장현규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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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관위의 솜방망이/장현규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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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선관위는 통합선거법이 통과되자 『이제는 선관위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반색하며 「성역없는 단속」의지를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하곤 했다. 여론도 선관위의 그같은 공명선거실천의지에 적극 호응해 이제는 깨끗하고 돈안드는 선거가 실현될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선관위의 「성역없는 단속」 약속은 통합선거법이 제정된지 한달이 채 안돼 실천이 따르지 않는 구두선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선관위가 최근 서울 시내 구청장 4명의 사전선거운동혐의를 적발해 처리방향을 최종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은 선관위에 대한 기대수준이 너무 높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서울시내 구청장 4명의 사전선거운동혐의에 대해 선관위가 공식 조사에 착수한것은 지난 19일. 『구청장 4명이 3월초 입학시기를 전후해 취학아동을 둔 가정에 학용품등 물품과 축전을 대량 배포해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제보가 접수되면서부터였다. 어떤 제보자는 물증을 직접 소포로 보내오기까지 했다.

 선관위 실무자들은 제보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하고 이번에야말로 고발이나 수사의뢰등 엄정한 조치를 내려 관행이나 관례란 명분으로 계속돼온 음성적인 사전선거운동에 쐐기를 박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 모든 기대는『2∼3년전부터 관행화된 구청장의 직무행위다』 『뚜렷한 기준도 없이 모든것을 한꺼번에 문제삼는게 도대체 말이 되느냐』는 등의 항변이 정치권과 서울시등에서 거세게 일자 일순간에 반전되고 말았다. 뭔가를 해보겠다고 나섰던 선관위 실무자들도 이때부터 『잘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는게 고작이었다.

 결국 23일의 중앙선관위 전체회의는 구청장 4명의 사전선거운동혐의에 대해 『사전선거운동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없지 않다』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며 경고보다 훨씬 경미한 주의조치를 내렸다. 선관위는 외부의 입김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통합선거법 제정이후 처음 맞은 소중한 기회를 스스로 놓치는 우를 범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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