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용” 밀렵 극성… “중·한·대만 최대 암시장”/「멸종동식물 회의」 개막,힘겨운 보호운동 호랑이의 멸종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세계에 남아 있는 호랑이수는 모두 5천∼7천5백마리 정도. 이는 금세기 들어 95%나 줄어든 수치다. 호랑이는 한때 아시아 전역을 어슬렁거렸다. 북쪽의 시베리아에서부터 남쪽의 인도네시아와 서쪽의 터키에 이르기까지. 지금은 서식지가 아주 쪼그라들었다.
환경·동물보호단체들과 여러나라 정부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호랑이는 인간의 탐욕 때문에 이제 종족보존마저 위태로운 실정이다. 그나마 살아 남은 곳마저 밀렵의 손길이 뻗치지 않는 곳이 없다. 밀렵은 호랑이를 거래하는 암시장이 있기 때문이고 암시장은 그만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호랑이에 대한 수요와 암시장은 주로 중국 대만 동남아등을 무대로 한다. 아시아인들 중에는 호랑이가 병을 고치는 효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중국의 한의사들은 호랑이 몸의 모든 부분이 치료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호랑이뼈로 만든 연고는 류머티스를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시킨다. 호랑이 수염은 정력을 증진시킨다. 호랑이 눈으로 만든 알약은 발작을 막아준다」는등 거의 만병통치약으로 통한다.
정력은 떨어지는데 돈은 남아도는 대만부자들은 호랑이 성기로 만든 국 한 사발에 3백20달러(25만6천원)를 아끼지 않는다. 이 국을 마시면 호랑이처럼 정력이 강해진다고 믿는것이다. 호피는 장당 1만5천달러(1천2백만원)를 호가한다. 그러나 진짜 장사가 잘 되는것은 호랑이뼈와 다른 신체부위다. 각종 약재의 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암시장에 나오는 호랑이는 대개 인도에서 잡힌것들이다. 인도에는 세계 호랑이의 60%인 3천7백50마리가 남아 있는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도정부는 호랑이 보호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만 지난 5년간 국립공원의 호랑이 숫자는 평균 35%가 줄었다.
밀렵꾼들은 호랑이가 사냥해놓은 먹이에 독을 뿌리거나 총으로 직접 잡는다. 브로커들은 밀렵꾼들로부터 마리당 1백∼3백달러에 산다. 이는 인도의 하루 평균임금이 1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큰 돈이다.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의 트래픽(야생동식물의 교역을 감시하는 기구)은 지난해 인도에서 대규모 밀렵조직을 적발했다.
호랑이에 대한 수요는 중국 한국 대만이 가장 크다. 이들 세 나라는 서류상으로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보호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것으로 돼 있지만 달라진게 거의 없다. 한국은 93년 7월까지 공공연히 호랑이뼈등을 수입했다. 트래픽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88∼92년에 연간 52∼96마리의 죽은 호랑이를 수입했다. 대만과 중국은 지난 몇년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거래에 관한 협약」(CITES)규정을 받아들이는 시늉만 했다. 중국은 국가가 보조하는 호골약재 생산을 93년 중반에야 중단했다. 대만은 호골 및 기타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을 이용한 제품의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해왔다. 그러나 이는 업자들에게는 심각한 타격이라기 보다는 골칫거리 정도였다.
호랑이 문제는 이번주 제네바에서 열리는 CITES회의에서 주요 의제가 될것이다. 그러나 이런 보호노력들이 호랑이의 멸종을 얼마나 늦출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정리=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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