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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바다운운의 파장/유승우 통일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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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바다운운의 파장/유승우 통일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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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19일 판문점에서 북한측 실무대표단장 박영수가 『서울이 불바다가 될것』이라고 내뱉었던 장면이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있다. 한번 받은 자극이 이처럼 오래 계속되고 있는 것은 그때 비공개회담에서 극언을 퍼붓는 모습이 방송3사의 TV화면을 통해 전국에 수차례에 걸쳐 방영됐기 때문이다. 회담장에서 「전쟁불사」발언이 나온 것도 이례적이지만 비공개회담을 녹화한 테이프가 공개된 것 역시 처음이다.

 회담당일 정부측은 방송사측에 『회담내용을 녹화한 테이프가 저녁뉴스에 보도될 수 있겠느냐』며 먼저 물은뒤 이를 배포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같은 결정은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대화내용을 모니터하던 이영덕부총리에의해 청와대 안기부등과의 사전협의를 거쳐 내려졌다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북한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낱낱이 알리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정부고위당국자는『북측이 지난12일 6차 실무대표접촉때 발언내용을 방송, 관례를 깨뜨린데 대한 맞대응』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회담장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로 촬영된 54분간의 비디오 테이프중 남북회담사무국실무자에 의해 선택된 2분40여초가량의 분량이 방송국에 넘겨졌고 방송국측은 이를 다시 1분여로 편집했다. 방영된 장면은 「전쟁불사」 「불바다」등 문제의 발언외에 『졸고 있었던 거야』 『가만 있어봐』등 반말이 오가는 모습등이 압축된 하이라이트였다.

 효과는 북한실체를 알리는 차원을 넘어 극단적인 「자극」의 수준으로 치달았다. 「전쟁공포증」은 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막가는 북한에 몽둥이를 들자』『회담장에서 일방적으로 얻어터지고 돌아온 정책팀을 갈아치우자』는등 극우적 여론의 봇물이 터지고 있다. 북한대표의 말 몇마디에 결과적으로 국가전체의 정책기조가 자칫 흔들거리게 될지도 모를 상황이다. 북한이 이성을 잃었다 하여 우리가 덩달아 이성을 잃어서야 되겠는가. 정책의 전환은 차분한 논리적 판단과 면밀한 주변정세 분석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여론에 자극돼 강경 선회하는 일이 있다면 대북정책은 또다시 「실패」를 낳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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