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섯번째 결의안/한기봉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섯번째 결의안/한기봉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4.03.23 00:00
0 0

 아홉번째 빈에 왔다. 그리고 여섯번째 결의안이 통과되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북한핵사찰 문제 한가지를 갖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해 3월의 특별사찰수락촉구 결의안부터 시작, 여섯번째 「단체행위」를 한 셈이다. 유엔안보리와 총회까지 합치면 여덟번째 결의안이다.

 결의안 통과의 방망이 소리가 잦다보니 방망이의 위력도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같다. IAEA의 결의안은 유감스럽게도 이제 빅뉴스가 되지 못할 정도로 그 가치가 도전받고 있다.

 21일 열린 특별이사회에서 프랑스가 보인 태도는 이를 잘 상징하고 있다. 프랑스는 다섯번째 결의안 채택때까지 보통 20여개국이 넘는 공동제안국중 미국과 함께 가장 중추적 역할을 한 나라였다.

 그러나 프랑스는 이번에 공동제안국이 되기를 거부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런 효력도 발휘못하는 결의안을 자꾸 내놓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회의때문이다. 좀더 단호한 행동을 보이자는 주장이다.

 프랑스의 강경한 입장에는 적지 않은 나라들이 묵시적으로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의안 채택횟수가 더해갈수록 좌절감과 함께 강성기류도 더해지고 있음을 이번 이사회에서 분명히 감지할 수 있었다. 비공식적으로는 북한을 아예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밖으로 뛰쳐나가도록 방관해 IAEA의 권위를 찾고 북한의 핵카드를 무력화시키자는 극단론마저 거론되고 있다.

 21일 한스 블릭스IAEA총장의 보고와 윤호진 북한대표의 연설서두는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나 기묘했다. 두사람의 첫마디는 『특별이사회가 소집돼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였다.

 같은 말 속에 포장됐지만 의미하는 바는 하늘과 땅 차이다. IAEA의 유감은 우려와 촉구로 이어졌다. 북한의 유감은 반발과 위협으로 귀착됐다. 지난 1년간 늘 그랬던 것처럼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빈에 올때마다 논리보다는 감상에 자꾸 젖어드는 심정을 피할 수 없다. 그것은 어느 쪽을 탓한다기 보다는 어느새 익숙해진 무력감 때문일 것이다.【빈에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