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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 “스필버그의 날”/「쉰들러…」 작품상 등 7부문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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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 “스필버그의 날”/「쉰들러…」 작품상 등 7부문 독식

입력
1994.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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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행크스·홀리 헌터 남녀주연상 나치시대 유태인의 탈출을 도운 독일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의 실화를 극화한 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의 「쉰들러 리스트」가 21일저녁(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에서 개최된 제66회 아카데미영화상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등 7개부문상을 휩쓸었다.

 흑인여배우 우피 골드버그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상식에서 아카데미상 감독상수상여부로 세계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스티븐 스필버그는 감독상 수상과 함께 작품상을 차지, 생애최고의 날을 맞았다. 남우주연상은「필라델피아」에서 에이즈에 걸린 변호사로 열연한 톰 행크스에게 돌아갔으며 여우주연상은「피아노」에서 벙어리 여인역을 맡은 홀리 헌터가 수상했다.

 첫 감독상을 받은 스티븐 스필버그는 『오랜갈증끝에 마시는 물과 같다』고 수상소감을 말한후 퇴장하며 안경사이로 눈물을 닦는등 감격하는 모습을 보였고 톰 행크스는 시상대에서 1분여동안 에이즈환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눈물로 호소해 큰 박수를 받았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또다른 작품인 「쥬라기공원」은 음향효과등 기술부문 3개상을 수상, 스필버그가 만든 작품이 모두 10개부문상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 실황은 ABC TV를 통해 전세계에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부문별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괄호안은 수상작)

 ▲남우주연상=톰 행크스(필라델피아) ▲여우주연상=홀리 헌터(피아노) ▲남우조연상=토미 리 존스(도망자) ▲여우조연상=애나 퍼킨(피아노) ▲촬영상=제누스츠 카민스키(쉰들러 리스트) ▲각본상=제인 캠피온(피아노) ▲각색상=스티븐 제일리언(쉰들러 리스트) ▲의상디자인상=가브리엘 페스쿠치(순수의 시대) ▲편집상=마이클 칸(쉰들러 리스트) ▲작곡상=존 윌리엄스(〃) ▲분장상=그렉 캔놈등 4명(미세스 다웃파이어) ▲시각효과상=데니스 무렌등 4명(쥬라기공원) ▲음향효과상=게리 리드스트롬등 4명(〃) ▲미술상=알란 스타스키,이와 브라운(쉰들러 리스트) ▲주제가상=브루스 스프링스틴「더 스트리트 오브 필라델피아」(필라델피아) ▲외국어영화상=아름다운 시대(스페인) ▲명예상=데보라 카(평생공로상)【로스앤젤레스 외신 종합】

◎상복터진 스티븐 스필버그/「쥬라기공원」도 3개상… “흥행 귀재”서 “상의 귀재”로

 스티븐 스필버그(46)에게 있어 93년은 영혼의 변신의 해였다. 영화인생 처음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겨준 「쉰들러 리스트」의 제작경험은 그에게 영화인으로서 또 인간으로서의 본질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면서 스필버그를 거듭 태어나게 했다.

 마이더스터치를 지닌 신동 스필버그는 감정적이요 동심에 가득찬 환상과 모험영화를 만들어 영원한 10대라고 불리어왔다. 그러나 「쥬라기공원」이나 「ET」 또 「인디애나존스」시리즈등을 비롯해 그의 많은 영화들은 진실과는 거리가 먼것들이었다. 스필버그 자신도 스스로를 슬픔과 추함을 기피하는 자라고 고백했다. 그는 「컬러퍼플」과 「태양의 제국」같은 영화에서 진실을 얘기해보려고 시도했으나 자신의 약점인 감상성때문에 비평가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스필버그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지닌 타고난 얘기꾼이지만 말의 언어보다는 시각언어에 강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성격묘사나 좋은 연기보다는 탁월한 기술이 돋보이는 것이 더 많다.

 뉴저지주 태생인 스필버그는 7세때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이주했는데 학급에서 유일한 유대인이어서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 고3때 북가주로 이사해서도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동료학생들로부터 온갖 수모와 멸시를 당했다.

 LA근교의 칼스테이트 롱비치분교 재학중인 20세때 찍은 단편영화로 유니버설의 모회사인 MCA사장 시드니 샤인버그에게 발탁됐고 71년 TV영화 「결투」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쉰들러 리스트」이전 「미지와의 조우」(77년) 「잃어버린 성궤의 추적자들」(81년) 「ET」(82년)등으로 세차례 아카데미감독상 후 보에 올랐고 미감독협회상후보에는 모두 7번 올랐는데 감독협회상을 두번(「컬러퍼플」 「쉰들러 리스트」)수상했다.

 스필버그는 수상후 직업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는 「쉰들러 리스트」의 경험때문에 앞으로는 자신을 깊이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면 작품화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스필버그는 다음 작품으로 예정돼 있던 로버트 제이스 월러의 베스트셀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포기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스필버그는 『관객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신나는 영화를 만들 용의가 있다』고 영화인으로서의 여운을 남겼다.

 「쉰들러 리스트」는 「팝콘영화의 왕」 스필버그에게 있어선 과감한 모험이었다. 그가 앞으로 모험을 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욱 좋은 영화를 보게 될것이 분명하다.【미주본사=박흥진기자】

◎남우주연상 톰 행크스/에이즈 변호사역 감동연기

 수상작 「필라델피아」에서 에이즈에 걸린 변호사역으로 감동적인 연기를 펼친 톰 행크스(36)는 본래 코믹연기에 뛰어난 배우다. 그는 조나단 데미감독의 「필라델피아」에서 진지하고 깊이 있는 연기로 대변신에 성공,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과 베를린영화제 연기상을 수상하는등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필라델피아」는 에이즈때문에 해고당한 변호사가 라이벌이었던 흑인변호사와 손잡고 해고무효소송을 벌인다는 얘기. 이 작품에서 그는 에이즈환자의 심리상태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섬세하고도 진지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들었다.

 톰 행크스의 출세작은 84년에 만들어진 「스플래시」. 인어와 사랑을 나누는 남자로 출연, 코믹연기를 보였다. 88년의 「펀치라인」에서는 의과대학에 다니며 야간업소에서 코미디를 하는 대학생으로 등장, LA비평가상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최근엔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에서 홀아비로 나와 달콤한 남자상을 보여 주었다.

◎여우주연상 홀리 헌터/「칸」·골든글로브 이어 3관왕

 「피아노」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홀리 헌터는 할리우드에서 투사형이미지가 강한 여배우로 꼽힌다.

 19세기초 뉴질랜드 개척기를 배경으로한 「피아노」에서 그는 벙어리 미혼모로 등장, 피아노를 얻기위해 불륜을 저지르다 결국은 불같은 사랑과 욕망에 눈뜨는 자폐증 여인으로 열연했다. 그는 이 영화에서 특유의 강인하면서도 천진한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는데 이 작품으로 93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과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에 이어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쥐었다.

 작달막한 키, 각진 얼굴, 꼭 다문 얇은 입술등 배우로서 결코 미인은 아니지만 그는 80년대 할리우드가 건진 연기파배우로 손꼽힌다. 그가 국내팬들에게 본격적으로 소개된 작품은 87년의 「브로드캐스트뉴스」와 「아리조나 유괴사건」. 그는 작은 몸에서 분출하는 당당함과 강인함, 천진난만한듯한 웃음속에서 역설적으로 풍겨나오는 이지적이고 독한 이미지등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톡특한 연기세계로 할리우드의 작은 거인으로 우뚝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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